지난 2월 9일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코로나19 기원 공동조사팀이 우한의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2월 9일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코로나19 기원 공동조사팀이 우한의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출처: 뉴시스)

코로나19 기원 보고서

中전문가 17명 포함한 조사팀

“우한 실험실 유출 가능성 無”

WHO “모든 가설 추가 연구”

“통찰력 없다” 비난 목소리도

[천지일보=이솜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공동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에 동물을 통해 사람에게 전파됐으며,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첫 보고가 나오기 1~2달 전부터 전파되기 시작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19 기원 중 하나로 지목된 ‘실험실 유출설’은 가장 가능성이 낮다고 이들은 전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WHO 194개 회원국과 언론을 대상으로 30일(현지시간) 발표한다.

◆4가지 시나리오… “시장 역할 불분명”

전날 CNN방송, AP통신 등이 입수한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WHO는 2019년 말 이전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네 가지 바이러스 전파경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박쥐에서 다른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시나리오를 “매우 개연성이 있다”며 가장 우선순위로 뒀다. 중간 숙주 동물은 포획돼 농장에서 사육되는 야생 동물을 말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박쥐에게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이 무엇인지 발견하진 못했다. 보고서는 “SARS-CoV-2의 가능한 중간 숙주는 여전히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보고서는 바이러스의 가능한 원천으로 농장에 대한 추가 검사를 제안했다.

다음으로는 박쥐나 천산갑과 같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바로 전파는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냉동식품이나 냉장식품으로부터의 전염도 가능하지만 개연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실험실 유출은 가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첫 확진자들이 대거 나온 우한 화난수산물시장의 역할도 불분명하다고 봤다. 시장의 환경이 바이러스 확산을 증폭시켰을 수 있지만 시장 자체가 발병의 근원이 아닐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초기 사례 대부분은 화난시장과 관련이 있지만 비슷한 수의 사례가 다른 시장과 관련됐고 일부는 시장과 관련되지 않았다”며 “12월에 더 넓은 지역사회 전파는 화난시장과 관련 없는 사례와 함께 화난시장이 발병의 근원지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병 원인에 대한 화난시장의 역할, 또는 감염이 어떻게 시장에 유입됐는지에 대한 어떠한 확실한 결론도 현재 도출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또 보고서는 12월 첫 발병 전에 채취한 혈액 샘플에 대한 더 많은 검사와 동남아시아에서 온 동물들에 대한 추가 검사, 바이러스 확산을 도운 집단 모임에 대한 더 심층적인 연구를 권고했다. 또한 연구실 유출 가설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대한 추가 연구를 제안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모든 가설이 논의되고 있으며 모든 가설에 대한 완벽하고 추가적인 연구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중국 전문가 17명과 WHO, 글로벌 발병 및 대응 네트워크(GOARN),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등 다른 나라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공동조사팀이 작성했다. 여기에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참관했다. 이들은 초기 온라인 회의에 이어 올해 1월 14일부터 2월 10일까지 우한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우한=AP/뉴시스] 지난 1월 31일 중국 우한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에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이 탑승한 차량들이 진입하고 있다. 다국적 전문가팀은 이날 우한 조사 일정 3일째를 맞아 이곳을 방문했다.
[우한=AP/뉴시스] 지난 1월 31일 중국 우한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에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이 탑승한 차량들이 진입하고 있다. 다국적 전문가팀은 이날 우한 조사 일정 3일째를 맞아 이곳을 방문했다.

◆“의문 안 풀린다” 혹평 쏟아져

공식 공개를 하루 앞두고 언론에 유출된 이번 보고서는 벌써부터 전 세계적으로 28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유행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전혀 안 된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AP는 이번 보고서와 관련 “바이러스가 어떻게 처음 발생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거의 제공하지 못하며 많은 의문점들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12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새로운 상세정보가 가득하지만 새로운 통찰이 없다”며 “WHO 조사를 방해해온 중국 공산당의 역할에 대한 서구의 우려를 완화시키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보고서의 신뢰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미국 최고의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보고서의 신뢰성에 대해 결정하기 전 연구팀이 (우한) 정보에 어느 정도까지 직접 접근할 수 있었는지를 따져보고 싶다”며 “보고서를 보고 그들이 실제 접근했거나 하지 못했던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을 비롯한 7개 정부기관의 전문가들이 이 보고서를 입수해 집중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매튜 캐버나그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번 보고서가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켰지만 “중국 정부가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며, 그렇게 하기 전까지는 더 확실한 결론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센터의 진화 생물학자 제시 블룸은 보고서를 본 후 NYT에 “실험실 (바이러스) 누출이 극히 드물다는 것은 확신할 수 없다”며 “바이러스가 자연 동물원성 감염증에서 왔을 수 있다는 관측에는 동의하지만 연구실 유출을 일축하기 위한 어떠한 이유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모든 조사를 엄격히 통제한 가운데 어느 정도 접근과 협조를 허용하면서도 연구 방향을 중국에 유리하게 돌리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 앞서 보고서 공개가 계속 지연되면서 중국이 결론을 왜곡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나왔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최근 CNN 인터뷰에서 “베이징 정부가 보고서 작성을 도왔다는 사실 등 보고서 작성 방법과 과정에 대해 실질적인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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