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분단 55년 만에 남북 정상이 최초로 만나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11주년을 맞았다. 2000년 남북은 6.15 공동선언을 분수령으로 그간 막혔던 남북 교류 협력의 물꼬를 활짝 트게 됐다.

무엇보다도 6.15 공동선언은 당국 간의 대화 채널을 열고 장관급 회담과 남북 경제협력 추진위원회, 장성급 회담이 잇달아 개최되는 계기를 만들면서 새로운 화합의 시대를 일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공동선언으로 수차례에 걸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고, 남북 간 교역액도 연평균 24.3%씩 늘어나 지난 2007년에는 3.2배로 성장, 13억 4974만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6.15 공동선언은 국민의 정부가 이룬 최대의 성과로 꼽히고 있다. 지난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IMF 금융위기와 냉각된 남북관계를 타계할 묘책이 필요했다. 여기에 북한의 대포동1호 위성로켓발사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돼 갔고 총체적인 안보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에 DJ 정권은 정경분리원칙을 채택하고 경제적 접근을 시도, 금강산 관광과 같은 굵직한 대북사업을 추진했다. 아울러 남측의 자본·기술, 그리고 북측의 노동력과 토지가 결합된 개성공단을 건설하면서 남북의 경제·사회 교류는 더욱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 상호의존도도 증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역시 6.15 공동선언을 ‘남북관계의 대강(大綱)’으로 평가하면서 큰 의의를 뒀다.

노동신문은 지난 9일 논평원의 글에서 “나라가 분열되고 처음으로 이뤄진 2000년 6월 북남수뇌상봉과 6.15 공동선언의 발표는 우리 민족의 통일대강을 환히 밝혀준 일대 사변”이라며 “우리 민족의 조국통일운동과 북남관계, 내외정세에 미친 영향은 실로 거대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의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지난달 ‘공동선언 이행은 자주통일, 민족번영의 기초’란 제목의 글을 통해 “6·15 공동선언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면서 “우리민족끼리 통일문제를 풀어나갈 데 대한 사상은 자주통일의 원리와 진수를 명확히 밝혀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6.15 공동선언이 화해·협력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와는 정반대로 6.15 공동선언이야말로 최악의 독재정권인 북한 노동당의 지지 기반을 유지·강화시켜준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많다. 안보 현실을 무시하고 그간 ‘퍼주기’로 일관하다 보니 북한만 이익을 챙기고 더불어 남한 내 종북·친북 세력의 구심점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6.15 공동선언이 ‘대한민국의 주적은 6.25 전쟁을 일으킨 북한’이라는 점을 유명무실하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안보관을 통째로 흔들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강경 주의자들은 6.15 공동선언은 ‘이적문서’에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북한민주화포럼 이동복 대표(15대 국회의원)는 “6.15 남북공동선언은 원인무효에 해당하는 불법 문건”이라면서 “이는 이 문건이 공산주의를 불법화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유린하는 위헌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실정법을 공공연하게 위배하는 불법적인 과정을 통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6.15 남북공동선언은 지난 60년간 무에서 유를 창출하여 오늘날 G20 선진국의 일원으로 세계에 우뚝 선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 존재가 되고 있다”면서 “이 ‘선언’은 한·미 양국 간의 전통적 안보유대에 파국을 초래하며 대한민국 안에서 친북·종북 세력의 준동을 허용해 국론분열을 초래했다”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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