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르 아바스 통합 아랍 리스트(UAL, 라암) 대표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총선이 열린 가운데 마그하르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만수르 아바스 통합 아랍 리스트(UAL, 라암) 대표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총선이 열린 가운데 마그하르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총리-반대파 과반 차지 못해

아랍정당 연립에 승자 갈려

연대 실패 시 2년간 총선 5번

라암 “어디든 손잡을 용의 有”

 

‘무슬림 핍박’ 네타냐후도

재집권 가능성 줄어들자

아랍 정당과 연정 의지 시사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스라엘 총선에서 이슬람 정당이 유력한 킹메이커로 부상했다. 유대교 국가에서 무슬림이 차기 지도자를 선택하게 됐다는 의미다.

23일(현지시간) 2년 만에 네 번째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에서는 최장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의 재집권 여부가 극히 불투명해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과 그를 끌어내려는 정당들 사이에 획득 의석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개별 후보보다는 정당에 투표하고, 의석은 득표율에 따라 배분된다. 어느 쪽이든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체 의석 120석 중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 부재자 투표 등을 포함한 최종 투표 집계 결과는 이번 주말께나 나올 것으로 보이나, 개표율 90% 가운데 어느 정당도 61석 이상 차지하지 못해 정당들은 집권 연대를 결집해야 한다.

이번에는 아랍 이슬람 정당인 라암이 어디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승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라암은 ‘통합 아랍 리스트(UAL)’를 뜻하는 히브리어 약자다.

현재 라암이 얻은 5개 의석은 네타냐후 총리의 우파 진영과 그의 12년 집권 종식을 추구하는 연대 정당들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라암이 연립정부 구성에 결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이스라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비록 일부 아랍 의원들이 1990년대에 이츠하크 라빈 전 정부를 외부에서 도운 적은 있으나 독립 아랍 정당이 이스라엘 정부의 일원이 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영향력 있는 지위에 오르게 된 라암은 1948년 이스라엘 독립 국가 건설 이후 잔류한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구성됐다. 이 단체는 1996년 정치 참여 여부를 놓고 두 갈래로 갈라졌는데, 이번에 5석을 얻은 남부 지부는 이스라엘에 유화적인 입장이며 팔레스타인과의 갈등 보다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라암은 인구의 약 20%를 형성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아랍 소수민족에 대한 대가로 적절한 것을 제공하는 어떤 단체라도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만수르 아바스 라암 대표는 이날 “나는 ‘키 맨’이 되고 싶다”며 “과거 주류 정당들은 우리를 배제했고 우리도 우리 자신을 배제했다. 오늘날 라암은 최소한 정치 체제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여기에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바스 대표는 1971년 범아랍 이슬람 형제단 계열에서 설립된 이슬람 운동 소속이다. 24일 AP통신은 “이제 아바스 대표가 왕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2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예루살렘 리쿠드 당사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2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예루살렘 리쿠드 당사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 “어느 쪽 서도 이상한 동업”

NYT는 라암이 어느 쪽에 서든지 이상한 동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라암이 네타냐후 총리의 반대파를 지지한다면, 일부 아랍 시민들을 배신자로 묘사하고 그들을 떠나라고 한 우파 야당 지도자 아비그도르 리베르만과 협력해야 할 수 있다.

만일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블록을 지지한다면 라암은 아랍어의 지위를 격하시키는 법안을 제정하고 오직 유대인들만이 이스라엘의 본질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 총리와 협력해야할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지지자들의 투표를 격려하기 위해 아랍계의 높은 투표율을 두고 위협이라고 간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바스 대표는 극우파 정치인들과도 연대를 고려하고 있다. 아랍 사회를 공격하는 주요 문제 즉 집단 폭력, 빈곤, 주거, 토지, 계획 허가에 대한 접근 등과의 싸움에서 정부의 지원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 아랍 유권자들의 정치적 참여는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분석가들은 아랍 정당이 결국 정부 내 또는 정부 옆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오랫동안 예측해왔다. 그러나 아랍 정당이 이스라엘 우익 정당과 협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드물었다. 또 라암처럼 보수적인 이슬람 단체가 이들과 협동할 것이라는 예측도 적었다.

네타냐후 총리측도 라암과 협력할 의지를 보였다. 과거 인종차별적 언사를 보였던 네타냐후 총리도 작년 총선에서 라암이 15석을 얻자 이번 선거 운동에서는 아랍인의 지지를 구하기도 했다. 자히 하그네비 관방 장관은 이날 “시온주의 정당들의 우파 정부가 집결할 수 없다면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아마도 다섯 번째 선거보다 나은 선택을 고려하겠다”며 라암과의 협력 의지를 시사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정당들이 연정 구성에 실패해 2년 만에 총선을 4번이나 치렀다.

네타냐후 총리가 라암과의 협력을 통해 승리를 얻으면 12년간의 집권 기간이 연장될 것이다. 만약 그가 패배한다면 정치 경력이 끝나는 동시에 현재 받고 있는 부패 혐의와 재판 등의 상황이 더 악화할 전망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2년간의 교착 상태를 연장해 다섯 번째 총선에 뛰어들 수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리쿠트당 내에서는 이에 대한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라암이 급진 이슬람 정당이며, 점령지에서의 군사작전을 이념적으로 반대하는 단체와 협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라암이 일부 정책에 있어서는 진보 야당인 메레츠와 같은 시각을 보이고 있어서 우파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연대 반대 의견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일부 팔레스타인 시민들도 라암의 움직임에 회의적이다. 아랍 정당 조인트리스트 아이만 오데 대표는 아바스 대표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인정하면서 아랍인들을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가 아닌 매수할 수 있는 존재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