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공정과 정의 내세운 여권 치명상”

“수습 못하면 투표 보이콧 현상 일어날 것”

“윤석열, 반문연대 구심점으로 지지율 상승”

“尹, 흩어진 야권 지지율도 모두 흡수한 듯”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해명이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부으면서 여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여당의 수습 여부에 따라 4.7 보궐선거의 판이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 소장은 9일 천지 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여의도 하이킥 30회에 출연해 “이번 논란은 여권의 심장부를 때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은 공정과 정의였고 핵심 지지층도 이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엄 소장은 “이번 보궐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치러지는 것”이라며 “이것도 공정과 정의를 훼손한 것이다. 여당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다만 엄 소장은 “사고는 터졌지만 국민들은 수습 과정에서 공정과 정의를 챙기는지를 지켜볼 것”이라며 “공정과 정의를 챙기면서 수습한다면 민주당은 반등의 기회를 얻겠지만 핵심 지지층의 기대를 저버리면 또 다른 실망으로 번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형성된 투기 세력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이 기회에 제대로된 제도를 만들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본다. 이마저도 흐지부지된다면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돌을 던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엄 소장은 “정부가 LH 사태 수습을 제대로 못한다면 투표 불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땅 투기 의혹에 실망한 20~30대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LH공사 서울지역본부의 모습. ⓒ천지일보 2021.3.4
서울 강남구 LH공사 서울지역본부의 모습. ⓒ천지일보 2021.3.4

그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개발정보를 알고 미리 땅을 산 것은 아닌 것 같다”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는 해명에 대해 “변 장관은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했다. LH나 SH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투기를 해온 것 같고 직원들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격사퇴한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한 원인에 대해서도 다뤄봤다. 윤 전 총장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탈환했다. 전날(8일)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윤 전 총장이 28.3%로 오차 범위 내에서 22.4%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앞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32.4%로 선두에 올랐다(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엄 소장은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우선 (언론 등에) 노출이 많이 되면 지지율이 높아지는 ARS 면접의 특성이 있다”며 “이번 여론조사도 사퇴 이후 각종 이슈를 빨아들였다. 언론에서도 기사를 쏟아냈기 때문에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야당에 대선 주자가 없고 윤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맞서면서 반문연대의 중심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사퇴로 그 이미지가 더 커졌다”며 “흩어져있던 야권의 지지율이 모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의 반문 대표성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선거가 1년이 채 남지 않았기에 대선 주자가 갑자기 나타나기 힘들다. 국민의힘 소속 대선주자가 눈에 띄지 않기에 윤 총장의 지지세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야권 단일화 문제에 대해 “18일 저녁까지는 후보가 정해져야 한다”며 “단일화가 안 될 가능성은 적어보이지만 그 전까지 양당의 치열한 디테일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천지일보 2021.3.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천지일보 20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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