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왼쪽부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라 토머스 슈퍼볼 심판, 시인 아만다 고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 클로이 자오 감독 (출처: 뉴시스)
위 왼쪽부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라 토머스 슈퍼볼 심판, 아만다 고먼 시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 클로이 자오 감독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나는 부통령직에 앉는 첫 번째 여성일지는 모르나, 마지막은 아닐 것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작년 11월 대국민 연설에서)

올해 세계 여성의 날(8일)은 여느 때와 같지 않다. 국가들과 지역사회가 파괴적인 유행병으로부터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배제와 소외를 끝낼 기회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여성이 의사결정 테이블에 앉지 못하도록 하는 뿌리 깊은 역사·문화·사회·경제적 장벽을 허물어 자원과 권력이 보다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은 여전히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에 집중돼 있으며 많은 여성들은 매우 취약한 형태의 일터로 향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동안 여성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은 남성보다 거의 두 배 높았다. 실제 대유행은 여성의 빈곤율을 크게 증가시키고 가난하게 사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격차를 더 벌릴 것이다.

이런 장벽에도 올해 2개월 동안 정치에서 사업, 종교,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모든 분야의 여성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으며 온라인과 길거리에서 사회 변화를 위한 다양하고 포괄적인 운동의 선두에 서 있다. 그들은 이제 어린 소녀들이 그들의 뒤를 따를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정치·경제·문화서 ‘女 최초’ 속출

올해 1월 20일 해리스 부통령이 성경에 손을 얹었을 때 그는 최초의 흑인, 최초의 남아시아계 미국인, 최초의 여성으로 취임하면서 세 가지 이유로 역사를 썼다.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젠더리포트 2020에 따르면 정치계 성평등은 가장 큰 격차를 보이던 지수 중 하나였다. UNDP도 현재의 추세라면 정부 지도자들 간의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130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가 부통령이 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카야 칼라스가 에스토니아의 첫 여성 총리가 됐다. 에스토니아는 이제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여성인 유일한 나라가 됐다.

지난 2월 1일 자라 모하메드(29)는 여성 최초, 최연소의 나이로 영국 최대 이슬람 대표 기구인 영국 무슬림 평의회의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여성은 그럴 자격이 충분하더라도 가끔 리더 역할을 맡는 것을 주저하는 것 같다”며 여성들이 리더가 되기를 장려했다.

일주일 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공연한 최연소 시인인 아만다 고먼은 미국프로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에서 사상 최초로 시 낭송을 하며 다시 새 역사를 썼다. 여기서 사라 토머스는 여성 최초로 심판을 맡았으며 마랄 자바디파와 로리 로커스트는 슈퍼볼에서 우승을 이끈 첫 여성 코치들이 됐다.

지난 2월 11일 상장한 미국의 인기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 '범블‘ 창업자 휘트니 울프 허드(31)는 재산을 물려받지 않고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빌리어네어) 중 최연소이고, 기업공개(IPO)를 한 미국의 여성 최고경영자(CEO)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리다. 그는 CNBC에 자신의 성과에 대해 “이것은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는 예시가 될 것이고 나는 최연소 여성으로서 나를 능가하는 다음 여성에게 지휘봉을 넘길 생각에 너무 흥분된다”고 말했다.

이날은 또한 로마 가톨릭 교회 성평등에 대한 진보를 위한 중요한 날이었다. ‘항해 수녀’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 나탈리 베카르 수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교회의 차관으로 임명한 최초의 여성이 됐다.

2월 15일에는 나이지리아의 전 재무장관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가 세계무역기구(WTO) 164개 회원국에 만장일치로 선출돼 WTO 최초의 여성이자 아프리카인 사무총장의 자리에 앉았다.

올림픽 7관왕인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은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가 ‘여성은 말이 많다’는 발언으로 사임한 후 지난달 18일 차기 올림픽을 맡았다.

이틀 후에는 영국 노스요크셔주 서스크 출신의 재스민 해리슨(21)이 대서양 4838㎞를 70일 3시간 48분 동안 홀로 건너 여성 최연소 단독 횡단 기록을 세웠다.

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은 지난달 28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자신의 영화 ‘노매드랜드’로 최고 감독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 여성이 됐다. 이 상을 처음으로 수상한 여성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때가 됐다!”며 자오 감독을 축하했다.

UNDP는 “코로나19 위기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글로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순히 우리가 이전에 가졌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며 “우리는 일을 다르게 해야 한다. 그것은 여성과 소녀들을 억제하는 장벽을 깨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마침내 여성 리더십의 힘을 충분히 활용해 보다 평등하고 포괄적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실현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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