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인권위원장 진관스님.ⓒ천지일보(뉴스천지)

불교인권위원장 진관스님 만나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948년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된 이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들의 독재에 학생, 종교인, 시민들이 항거하며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대표적인 민주화운동으로 1960년 4.19혁명, 1969년 3선개헌 반대 투쟁, 70년대 반유신투쟁, 1979년 부마민중항쟁,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8년 6.10항쟁 등을 들 수 있다.

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중심에는 김수환 추기경, 함세웅 신부, 강원용·문익환 목사, 진관스님 등 종교인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지 않고 민중과 함께 독재와 무력에 저항하며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이들 가운데 불교계를 대표하며 민주화·인권운동의 현장에서 30여 년의 삶을 살아온 불교인권위원장 진관스님을 만났다.

◆‘민중불교’에 뛰어들다
진관스님은 불교계가 본격적으로 민주화운동에 나선 때는 1980년 10.27법난 사건 이후라고 말한다. 그 이전에는 불교계 내 정화운동 등 여러 일로 민주화나 인권에 직접적인 관심을 보이거나 생각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전두환 정권이 군인과 경찰을 앞세워 전국 1만여 사찰의 주지, 재무담당을 연행하는 10.27법난 사건이 터지면서 불교계 내에서도 정권에 항거하는 세력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진관스님은 “그 살법했던 전두환 정권 시절, 81년 5월 조계사 대웅전에서 전국대학생연합회(대불련)가 주축이 되어 5.18사건의 진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정식적으로 가지게 된다”며 “그때부터 불교계가 민중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약한 자의 편에 서서 민주화와 인권을 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1985년에는 가톨릭이나 기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주화운동이 뒤졌던 불교계에서도 민중불교운동연합이 창립된다.

민중불교운동연합은 산중 불교를 지양하고 거리로 나와 민중들과 애환을 함께하고자 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종교계를 대표하는 불교·가톨릭·기독교 모두에서 민주화운동에 뛰어든다. 그리고 종교계의 수많은 성직자가 노동자·빈민·농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공장으로, 빈민가로, 농촌으로 들어간다. 이후 민주화운동은 종교계 내에서도 대세로 자리 잡는다.

진관스님은 “1987년 박종철 군의 고문치사 사건이 일어나면서 종교계가 전면에 나서 군사독재정권의 타도를 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승훈 신부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조작되었음을 폭로해 6월 항쟁에 불을 붙였다”며 “6월 항쟁의 지도부인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에는 가톨릭·기독교·불교 등 종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말했다.

진관스님은 “이때 종교계 인사들이 ‘민주화를 외치는 민중들을 끝까지 보호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면서 명동성당과 성공회에서 펼쳐졌던 농성에 적극 참여해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이 승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80년대 후반 들어 종교계는 통일운동과 인권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문익환 목사님과 문규현 신부님의 방북으로 사회는 떠들썩했지만 이를 통해 종교계가 통일운동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진관스님.ⓒ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 보호할 의무”
진관스님은 “종교는 힘없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종교인들은 각 경전에서 가르치는 말씀을 따라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뛰고 또 뛰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한반도 통일문제와 인권, 생명운동에 대해선 사회뿐 아니라 종교계의 관심이 많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진정한 선진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진관스님은 불교계 내에서 유일하게 검은색 가사(스님이 입는 옷)를 몸에 두르고 있다. 이는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 등의 현장에서 민주화를 외치며 돌아가신 선열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 정신을 마음 깊이 새기며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의 마지막 바람은 한반도 통일과 인권, 생명운동(사형제 폐지 등)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스님은 “열정을 다해 끊임없이 뛰고 뛸 것이며, 가난하고 억압받는 중생들을 위해 모든 삶을 바치고 싶다”는 다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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