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필두로 한 북측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경계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이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추가 군사도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계하고 나선 것.

미 국방부가 5일 공개한 게이츠 장관의 발언 녹취록에 따르면 그는 지난 4일 “미국은 북한의 체제 전복을 추진하는 데 관심이 없으며, 북한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지키는 국제규범을 북한 역시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인 게이츠 장관은 “북한이 계속하고 있는 장거리 미사일과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가능성 및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핵무기 개발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량 부장은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 샹그리라 대화에서 “우리는 북한이 어떤 모험도 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하는 일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고 말하면서 “한반도 긴장 국면은 완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비공식적인 접촉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국이 미국과 함께 공동보조를 맞추면서 공개적으로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상 한반도 평화가 가져다주는 이익을 바라는 중국의 속내가 드러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중국의 발언은 향후 연평도 사태와 같은 북측의 군사적 무력 도발이 감행될 경우에는 전처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적당한 선에서 흘러가는 한반도의 안정을 바랐다. 하지만 한반도 긴장을 통해 내부통제와 국제사회의 지원이라는 먹이를 획득해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매번 중국과 북측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돼 온 것이다. 중국으로서도 혈맹 관계에 있는 북한에 마냥 압박만 가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측의 이번 발언은 단편적이긴 하지만 북한에 대한 새로운 압박이 될 전망이다. 실현 가능성은 적지만, 지난 천안함·연평도 사태 때와는 분명히 다른 중국의 태도를 감지한 북한이 핵카드를 포기하고 점진적으로 경제 개발이라는 새로운 말로 갈아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이 기세를 몰아 북한이 양지로 나올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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