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제공: 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제공: 한화그룹)

지난 19일 취업제한 풀려

㈜한화 등 미등기 임원 수행

‘경영권 승계’도 빨라질 듯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 2014년 배임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7년 만에 복귀한다. 김 회장이 ㈜한화를 비롯한 3개 계열사에 적을 두고 그룹 회장으로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및 글로벌 비즈니스 지원에 주력하기 하면서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다음 달 중 모기업인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건설 등 3개 핵심 기업에 미등기 임원으로 적을 두면서 한화그룹의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26일 밝혔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한화의 항공 우주방위산업 부문에 대한 미래 기술 확보와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등 글로벌 인맥을 가동해 한화솔루션의 그린 수소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글로벌 건설사와의 협력을 통해 한화건설의 경쟁력 제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 회장이 글로벌 인맥이 넓어 한화의 신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룹 내부의 관측이다. 김 회장은 2001년 설립된 한미교류협회의 회장을 역임한 바 있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또 미국 헤리티지재단과도 인연을 오랜 기간 이어오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어 태양광·수소 등 한화의 주력 사업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이 미래 성장전략 수립, 글로벌 사업 지원 등에 집중키로 한 배경으론 이미 세 아들이 경영 일선에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사이 장남 김동관 사장이 한화솔루션을, 차남 김동원 전무가 한화생명을 각각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삼남 김동선 상무보도 한화에너지로 복귀했다. 이번 복귀로 그룹 내에서 입지를 다지는 세 아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김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앞으로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투자 등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미래 모빌리티, 항공우주,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솔루션 등 신규 사업에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달라”는 주문한 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13일 김 회장의 신년사 직후 인공위성 전문업체인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사들이는 등 우주 사업에 나섰고, 한화시스템도 위성 탑재체인 영상레이더(SAR)와 위성 안테나 등 위성 사업과 더불어 도심 에어 택시와 같은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2014년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고 7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7년이 지난 19일 김 회장의 취업제한이 풀렸다. 당초 재계 안팎에선 김 회장이 취업제한 기간이 끝나는 대로 기존 직책인 대표이사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김 회장은 등기임원은 맡지 않으나 한화그룹 회장직은 겸직한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도 회사별 사업 특성에 맞춰 자율책임경영 시스템을 지속 발전시킨다는 점을 고려해 김승연 회장은 등기임원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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