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 실제 사건을 소재로 재구성된 영화 <모비딕>의 사회부 기자 이방우(황정민)는 대한민국 그림자 정부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진제공: 딜라이트)

열혈 사회부 기자, 위험 세력에 맞서다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당신이 믿는 모든 것은 조작됐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음모론의 진실을 파헤치는 진실공방전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를 소재로 택한 영화 <모비딕>은 실제 1990년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이 모티브가 됐다. ‘모비딕’이라는 제목은 보안사가 정보 수집을 위해 위장 운영하던 카페 이름이다.

기자를 소재로 한 영화를 준비하던 박인제 감독이 우연히 접한 윤 이병 사건은 당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그림자 정부’의 실체가 폭로됐기 때문이다. 윤 이병이 공개한 디스크 목록에는 전직 대통령의 이름도 포함돼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영화는 1994년 11월 20일 서울 근교 발암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 사건에서 출발한다. 사건을 추적하던 열혈 사회부 기자 이방우(황정민)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향 후배 윤혁(진구)이 나타난다. 윤혁은 이방우에게 자료들을 건네며 발암교 사건이 알려진 것과는 달리 조작된 사건이라고 말한다.

특종을 찾던 이방우에게 발암교 사건은 월척이다. 이방우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동료기자 성효관(김민희), 손진기(김상호)와 함께 특별취재팀을 꾸린다. 하지만 취재팀은 의문의 거대한 조직에게 위협을 받고, 사건은 갈수록 미궁에 빠진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가장 큰 적은 30년 만의 혹한이었다. 지난해 10월 중순 촬영을 시작해 올해 2월 완료되기까지 5개월 동안 배우들이 추위와 벌인 사투는 영화의 숨은 매력이다.

주인공 이방우 역의 황정민은 “흔치 않은 음모론이라는 소재의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며 “기자라는 역할이 끌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자는 물리적인 힘이 아닌 글로써 사회와 악당에게 맞서야 하기 때문에 한없이 약해보일 수 있지만 영화를 통해 결코 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실존 인물 윤석양 이병을 그대로 재현한 역할이 윤혁이라는 캐릭터다. 보안사에 근무하다가 중요한 문서를 훔쳐 탈영했지만 대한민국을 조작하는 세력으로부터 목숨 걸고 도망친 내부고발자다. 자신이 한 일에 죄책감을 갖고 세상에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며 양심선언을 하고 사회에 용서를 구한다.

윤혁을 연기한 진구는 “윤혁이라는 캐릭터와 실제 나의 성격이 비슷했다”며 “사건의 실마리를 쥔 역할이라는 부담이 있었지만 오히려 나와 같은 면을 발견하면서 또 다른 연기에 도전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가 다소 무겁고 어려운 소재였음에도 화면에서 한시도 눈을 땔 수 없도록 실감나는 호흡을 자랑했다. 하지만 결말은 시원스럽지 못한 느낌이다. 사건이 어떻게 해결됐는지 의문을 낳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음모론을 다룬 영화 <모비딕>은 오는 9일 개봉될 예정이다.

▲ 지난달 31일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모비딕>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들(왼쪽부터 김상호 김민희 진구 황정민)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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