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기완 선생을 추모하며
[기고] 백기완 선생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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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대표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대표. ⓒ천지일보

백기완 선생님!

유독 춥고 길었던 겨울의 끝자락이 벗겨지려 맑게 개인 오늘 아침. 저는 선생님을 떠나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당 한 켠에 빼곡히 자란 대나무들 위로 따스한 햇빛이 쏟아지는 모습을 보니 선생님을 잃었다는 슬픔으로 놀라 멈춘 듯 했던 심장의 고동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 합니다.

선생님의 모습은 우리가 마땅히 되찾아야 할 정의를 위해 싸웠던 근대사의 거의 모든 역사 현장의 맨 앞에서 뵐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마다 마치 장산곶매가 자신의 둥지를 부수면서까지 큰 싸움을 하러 비상할 때처럼 선생님은 모든 것을 거셨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거대한 부리와 날개를 가진 권력이라도, 음흉한 혀를 날름거리며 다가오는 기득권의 구렁이라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선생께서 항상 말씀하시던 참생명 ‘살티’를 틔우시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민중에게 보여주셨습니다.

비록 선생님의 육신은 유한한 생명의 한계선을 넘어 가셨지만, 짓밟힐수록 죽지 않고 뜨겁게 타오르는 불씨 ‘서돌’을 저희에게 건네 주셨기에 선생님은 저희에게 영원히 살아 계십니다.

제가 통일운동과 시민사회운동에 매진하여 살아오면서 수시로 절망도 하고 힘겨워 할 때 마다 선생님은 저의 비폭력 저항을 지지해 주시고 늘 친형 같이 저를 다독여 다시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2016년 LH 공사의 만행으로 사랑의 일기 연수원에 보관된 120만점의 어린이 일기와 자료들이 매몰될 때도 투쟁 중인 저를 격려하시기 위해 방문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병상에 계실 때라 끝내 오지는 못하셨지만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선생님과 같이 대학로에 자리잡고 있던 시절이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수많은 차담 속에 는 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주셨던 추억들이 지금 저의 자양분입니다. ‘너도 일하고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선생님의 노나메기 사상과 ‘내 배만 부르고 내 등만 따시면 결코 키가 크지 않는다’는 선생님 모친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매겠습니다.

통일과 해방, 너무나 인간적임에도 권력과 자본에 의해 터부시된 명제를 위해 평생을 바치신 선생님의 길을 따르겠다는 수많은 무리들이 있지만, 그 속에서도 어김없이 피어나는 이기심과 질투로 인해 우려하시던 수많은 갈래들이 생겨나면서 옳은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고단한 심신을 달래며 이제는 편히 안식의 시간을 가지셔야 할 선생님이시지만, 하늘에서도 큰 눈으로 여전히 저희를 내려다 보시고 우렁찬 음성으로 저희 잘못을 꾸짖어 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립니다.

진정한 통일과 해방의 그날이 오는 날, 저희는 하늘에 계신 선생님과 함께 은율탈춤의 신명나는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겠습니다.

2021년 2월 19일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고 진 광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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