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대대적 공세로 밤새 15명 사망… 거리 곳곳에 시신
대결전 앞두고 사나 주민들 대규모 피란행렬

(예멘 사나=연합뉴스) 예멘 최대 부족과 정부군이 무력충돌이 시작된 이래 2일 수도 사나에서 가장 격렬한 교전을 벌이면서 예멘 사태가 사실상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예멘 정부군은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하시드 부족 연맹의 알-아흐마르 일가가 장악한 사나 북부 알-하사바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벌였다.

특히 살레 대통령 측은 아들 아흐메드가 이끄는 예멘 최정예 군조직 공화국수비대를 전면에 내세우며 공세를 강화했다.

정부군은 이날 알-아흐마르 일가 소유 방송국 본부에 불을 지르고 이 일대의 알-아흐마르 일가 소유 건물들에 로켓포 공격을 퍼부었다.

정확한 인명피해 상황이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구급대원들은 밤새 계속된 공세로 최소 15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교전이 치열했던 알-하사바 지역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관계로 구급차들의 접근이 불가능해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일대의 거리 곳곳에는 시신이 나뒹굴고 있으며 도심의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무력 충돌을 피해 시민 수천명이 연일 사나에서 탈출 행렬을 이어가고 있으며 주유소 앞에는 남은 시민들이 연료를 구하기 위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급수와 전력공급도 중단돼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으며 교전이 격렬해지면서 이날 사나 공항이 수시로 폐쇄돼 일부 항공편들이 우회하는 등 혼란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하시드 부족 세력도 이날 사나의 남쪽에 위치한 제2의 도시 타이즈에서 정부군을 공격했다.

부족세력은 지난주 이 지역에서 정부군의 강경진압으로 숨진 시위자들의 죽음에 보복하고 정부군의 추가 진압을 막기 위해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나에서 정부군의 공세로 고전하는 부족세력을 지원하기 위해 이날 하시드 부족연맹은 수천명의 병력을 사나 인근에 배치했다.

하시드 부족 연맹의 족장들 가운데 한명인 모하메드 알-함다니는 "우리는 알-아흐마르를 홀로 두지 않을 것이며 사나로 진격해 그와 함께 나란히 서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정부군도 탱크와 전투기를 앞세운 공화국수비대를 추가 배치했으며 이날 사나에서 북쪽으로 15㎞ 떨어진 지점의 검문소에서 수도를 향해 진격하던 부족세력과 정부군 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부군 측은 부족세력이 계속 사나로 진격할 경우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처럼 하시드 부족과 정부군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 모흐센 시난(70)이라는 한 시민은 "사나는 이제 버려졌고 만약 이런 교전이 계속된다면 예멘은 끝장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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