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통섭예술인
경영은 예술을 만나야 한다고 사람들은 주장한다. 대통령도 CEO도 미술을 이해한다면 좀 더 멋진 정치와 경영을 할 것이다. 예술적 감각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CEO가 96%라는 어느 통계가 2009년에 있었다. 예술적 감각이 감성적 섬세함, 발상의 유연함, 심미적 역량을 향상시킨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현실에서 느끼는 상황과 매우 동떨어진 결과다.

나는 화랑에서 자주 경영인들 모임을 하는데 태어나서 화랑에 처음 와보았다는 분들이 90%가 넘는다. 예술과 경영 사이의 장벽은 CEO의 마음속에만 존재한다. 물론 예술이라는 것이 음악 미술 영화 연극 문학 등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화랑 방문을 갖고 놀랄 일은 아닐지 모르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불균형적인 예술 취향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사실일 것이다.

예술사회학자 아르놀트 하우저가 회화가 당대의 가장 진보적인 예술로서 다른 모든 장르를 압도하며 성과 면에서도 문학이나 음악을 질적으로 능가한다고 했지만 미술을 더 좋아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똑같은 대상 혹은 상황을 그림으로도 보여줄 수 있고 말로 전해줄 수도 있다. 어쨌든 CEO가 미술에서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미술은 창의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화의 개념이 경계 없이 확장되는 현실에서 CEO들은 미술세계에서 무한한 경영의 지혜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일부 화가들은 일부 음악가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장르의 예술에서 영감을 얻고 더 미술다운 미술을 만든다. 통섭과 오픈이노베이션 시대에 경영자들이 어떻게 창의성을 발휘하느냐에 대한 힌트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시대다. 뿐만 아니라 CEO들은 미술 그 자체로도 새로운 경영의 시대를 열 수가 있다.

미술을 활용하라. 내가 해주고 싶은 얘기다. 다만 미술을 비자금, 세금세탁의 도구로 활용하지 말고 말이다. 경영이든 예술이든 나름의 진정성이 필요하다. 무조건 이긴다고 이기는 게 아니지 않은가? 내가 좋아하는 피카소는 입체를 2차원 평면으로 재구성해 유명해졌다.

남다르게 하는 것이 창조다. 퍼블릭 에너미의 <문 닫게 하라 Shut’em down> 뮤직비디오에는 CEO들이 들어야 하는 가사가 나온다. “나는 나이키를 좋아하지만 잠깐만. 이웃은 도움이 필요하니 거기 돈을 좀 줘. 기업들은 빚을 진거야. 그들은 돈을 포기해야 해. 우리 동네에. 그렇지 않으면 상점을 닫게 할 거야.” 미술을 사랑하라는 신호다.

독일에서 활동하며 거대한 유리 건축물을 주로 찍는 김인숙(43)의 <토요일 밤 Saturday night(2007)>은 뷔셀도르프의 한 호텔을 찍고 실제 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연출해서 만든 사진이다. 그녀가 사진을 택한 이유는 회화는 관객이 해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만, 사진은 작가가 본 것과 관객이 보는 것이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은 한편의 시와 같이 군더더기 없이 전달할 수 있다고 하는 김인숙 작가는 사진을 통해 건축시장에서 인기인이 되고 있다. 훌륭한 작품은 남다른 기획에서 나온다. 앤디 워홀이 보여준 것처럼. “예술은 모방하지 않는다. 다만 반복할 뿐이다. 예술은 내적인 힘에 의해 모든 반복을 다시 반복한다”고 들뢰즈는 말했다. “예술은 그것이 없으면 이 세상이 존재하지 않을, 그럴 신비를 상기시키는 것이다”라는 마그리트의 말처럼 김인숙의 사진이 바로 그런 것이다. 20세기 ‘레디 메이드(Ready Made)’에서 21세기 ‘리 메이드(Re-made)’ 시대가 도래했다.

블로그 친구 에스더 씨는 나의 <행복한 여인> 사진전 기사를 보고 “새로운 기법이군요. 사진을 인물만 고집하던 아이가 생각납니다. 사진을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거군요. 라인의 변화와 여러 가지가 세월을 읽게 합니다. 감상 잘 했습니다”고 말했다.

무한한 창조가 가능한 시대다. 나는 다만 이 시대에 기분 좋게 동참할 뿐이다. 작가들이여! 눈을 크게 뜨고 남들의 작업을 벤치마킹하자. 거기에 아름다운 큰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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