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AP/뉴시스]16일(현지시간)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헌팅턴에서 두 남성이 발전기 구동용 연료를 구하기 위해 쓰러진 나무들을 넘어 길을 나서고 있다. 미국을 덮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텍사스, 웨스트버지니아 등 18개 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미 기상청은 한파가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헌팅턴=AP/뉴시스]16일(현지시간)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헌팅턴에서 두 남성이 발전기 구동용 연료를 구하기 위해 쓰러진 나무들을 넘어 길을 나서고 있다. 미국을 덮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텍사스, 웨스트버지니아 등 18개 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미 기상청은 한파가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에서 기록적인 한파로 수십명이 사망했다고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이 전했다.

WP에 따르면 14일 이후 한파와 겨울 폭풍 등의 영향으로 4개 주에서 14명이 사망했다. NYT는 23명, AP통신은 16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중남부 지역의 한파가 심했는데, 경찰은 휴스턴에서 한 여성과 한 소녀가 차고 안에서 추위를 피하기 위해 승용차에 시동을 켜둔 채 장시간 머물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휴스턴에서는 노숙자 한 명이 동사했다. 텍사스에서는 정전 사태 중 난로를 이용하다가 불이 나 어린 아이 3명과 할머니가 목숨을 잃었다.

테네시주 밀링턴에서는 10살 짜리 소년이 근처의 얼음으로 덮인 연못에 빠져 사망했다. 폭풍 토네이도가 노스캐롤라이나를 밤새 강타해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켄터키주에서는 한 수로에서 차량이 미끄러져 전복되는 등 빙판길에서 추락해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미시시피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한 남성이 숨졌다.

중서부 지역에서는 거의 일주일 반 동안 영하 두자릿수의 기온에 따른 혹독한 추위가 이어졌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으며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에서 800편, 휴스턴의 부시 인터컨티넨탈에서 700편 이상의 미국 항공편이 결항했다.

맹추위는 발전 시설까지 멈춰 세워 이날 텍사스, 오리건,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 버지니아 등 18개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네브래스카주의 정전 사태는 가장 혹독한 날씨 가운데 발생했는데, 오마하에서는 밤새 기온이 영하 30도로 떨어져 25년 만에 최악의 한파를 맞았다.

특히 텍사스주의 정전 사태가 430만 가구로 피해가 가장 컸다. 텍사스 전력망은 다른 주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수백만명의 인구가 한꺼번에 에어컨을 켜도 감당할 수 있도록 주(州)의 가장 극단적인 날씨를 염두에 두고 구축됐다. 이곳에서 추운 날씨는 드물었지만, 텍사스 전력 운영자들도 2011년과 2018년에 일시적 한파를 겪은 후 겨울에 전력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주의 한파는 모든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텍사스 전력 운영자들은 최악의 경우 겨울 한파 동안 67기가와트(GW)의 전기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14일 밤 무렵에는 전력 수요가 그 수준을 넘어 급증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많은 가정은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낡고 비효율적인 전기 히터에 의존하고 있었다.

텍사스대 전력 전문가인 조슈아 로즈는 “아무도 텍사스의 모든 254개 카운티가 동시에 겨울 폭풍 경보를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고 NYT에 전했다.

WP는 이번 한파가 며칠 내로 미국을 떠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7~10일 내 기온이 대부분 회복된다는 설명이다.

[휴스턴=AP/뉴시스]16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I-45 고속도로 밑에서 경찰관들이 노숙자들에게 담요를 나눠주고 있다. 미국을 덮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텍사스, 웨스트버지니아 등 18개 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미 기상청은 한파가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휴스턴=AP/뉴시스]16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I-45 고속도로 밑에서 경찰관들이 노숙자들에게 담요를 나눠주고 있다. 미국을 덮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텍사스, 웨스트버지니아 등 18개 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미 기상청은 한파가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기후변화 극단 상황 대비해야”

NYT는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많은 전력망은 시스템이 설계됐던 역사적 조건을 훨씬 뛰어넘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주 겨울 폭풍에서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가 어떤 역할을 했을지 분석 중이지만 지구 온난화가 더 심한 폭염과 물 부족, 전국의 전력 시스템에 위협을 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전국에 걸쳐 전력회사와 송전망 사업자들은 기후변화가 폭염, 홍수, 물 부족 등 다른 재난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유사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한 연구는 기후변화의 알려진 위험에만 대처하기 위해 2050년까지 남동부에서만 35% 이상의 전기 용량이 추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프린스턴 대학의 에너지 시스템 엔지니어인 제시 젠킨스는 “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가 더 이상 미래를 위한 좋은 지침이 되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는 능력이 훨씬 나아져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조지아 공대의 인프라 전문가인 에밀리 그루베르트도 “이것(기후변화 대비)은 중대한 도전”이라며 “우리는 기후변화가 악화되지 않도록 전력시스템을 개선해야 하지만 동시에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이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음을 이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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