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마치=AP/뉴시스]14일 일본 후쿠시마현 고리마치의 한 주택이 전날 밤 지진으로 파손돼 있다.
[고리마치=AP/뉴시스]14일 일본 후쿠시마현 고리마치의 한 주택이 전날 밤 지진으로 파손돼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일본 동북부 해역에서 지난 13일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차별적인 발언과 거짓 정보가 트위터,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가득 채워 논란이 되고 있다.

1923년 일본 동부를 강타한 간토 대지진 이후 퍼진 유언비어로 수천명의 조선인이 학살을 당했던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사건으로, 일본에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이런 거짓 정보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1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진 직후부터 트위터에서 눈에 띄는 유언비어는 “‘한국인’과 ‘흑인’이 우물에 독극물을 투척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간토 대지진 이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소문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중의원 선거에 희망의당 후보로 입후보한 하시모토 고토에는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간토대지진 후 조선인이 학살됐다는 음모론을 펴는 사람이 있다”면서 “대지진 후 일본 여성을 강간한 이민족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재난이 닥쳤을 때마다 사람들의 불안한 정서를 타고 유언비어가 쉽게 퍼졌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이번 참사가 발생한 지역엔 ‘외국인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는 가짜 소문이 퍼졌다. 도호쿠 가쿠인 대학 연구원이 미야기현 센다이시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이 거짓 정보를 믿는다고 답했다.

2018년 7월 일본 서부를 강타한 집중호우 당시에는 “중국인과 한국인, 재일 한국 약탈자들이 불을 질렀다”는 헛소문이 등장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후에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퍼트렸다’는 비슷한 유언비어가 퍼졌으며 도쿄 남쪽 가나와현 출신 남성이 “동물원에서 사자가 탈출했다”며 가짜 정보를 트위터에 올려 동물원 운영을 방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가짜 온라인 정보 전문 기자 츠다 다이스케는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발견하면 즉시 공유하기 보다는 언론이 보도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차별을 자극하는 명백한 악성 트윗의 경우 신고해야 한다고 마이니치에 말했다. 그는 “비상시 도발적인 정부는 구체적인 폭력행위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전쟁연구가 야마자키 마사히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간토 대지진 이후 조선인 학살이 발생한 것은 대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조선인에 대한 차별 감정과 적의가 사람들의 마음에 쌓여있었기 때문에 대지진이 그것에 불을 붙인 것”이라며 “유명인사들이 차별을 부추기는 행위의 죄는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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