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한 벨라루스 남성이 폭설 속에 갇혀 꼼짝 못하는 버스를 도우려 밀어준데 대해 바르샤바시로부터 90일 간의 바르샤바 교통 무료 이용권과 바르샤바어학원의 폴란드어 무료 수강권을 받았다고 BBC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드미트리 살로굽이라는 이 남성은 눈 쌓인 거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버스를 타고 있다가 내려 홀로 버스를 밀기 시작했다. 인근에서 바르샤바의 교통체증 상황을 전하던 TVN 기자가 마이크를 손에 든 채 합류, 버스가 움직이도록 도왔다.

라팔 트르자스코프스키 바르샤바 시장은 "살로굽이 어려운 상황"을 도와줬다"고 칭찬하고 대중교통 무료 이용권과 폴란드어 무료 수강권을 수여했다.

버스가 움직이자 살로굽을 도운 TVN 기자는 이름을 물었지만 대답없이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살로굽이 버스를 미는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유되면서 벨라루스 기자에 의해 살로굽의 신원이 확인됐다.

살로굽은 벨라루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버스를 밀면서 자신이 방송에 나간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1㎞ 전부터 버스에 갇혀 있다가 교통체증이 지연되자 버스에서 내려 홀로 버스를 밀었다.

그는 자신이 특별한 일을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다른 누구도 도와주려 하지 않은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살로굽은 "사람들은 요즘 무언가를 돕는 대신 동영상을 찍기만 한다.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바르샤바에서 공부하며 일하고 있는 살로굽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오랜 독재에 대한 반대 때문에 벨라루스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타고 있던 바르샤바 시민 모두 차에 앉아 기다리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파벨 비더츠키라는 폴란드 기자는 "폴란드는 살로굽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이기적이며 누군가의 도움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살로굽의 이야기를 지난해 8월 이후 루카셴코의 대선 승리 주장에 반대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벨라루스의 시위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살로굽은 자신은 결코 영웅이 아니라면서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더 좋게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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