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뉴시스)
2017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뉴시스)

통화 후 상원의원 모임서 “中 뛰어넘을 것” 다짐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들(중국)이 우리의 점심을 먹어치울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시간 동안 통화한 후 상원의원들과 면담을 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미국에서 ‘누군가의 점심을 먹는다’는 말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게 되는 공격적 경쟁 행위를 말한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이 ‘윈윈(win-win)’ 협력을 촉구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가장 심각한 경쟁국’이라고 부르며 중국을 뛰어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인프라 향상 필요성을 위한 초당파적인 상원의원 모임에서 중국의 도전에 직면해 미국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중국)은 운송, 환경 및 기타 모든 범위의 문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미국과 중국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보존하는 게 미국의 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강박적이고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홍콩 탄압, 신장 무슬림 대우 등 인권 문제,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내 커지는 강경 행동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시 주석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투명성 부족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좋은 대화를 나눴고 그를 잘 안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이 거래에 있어서는 실용적이고, 냉철하며, 현실적이라고 말했다고 한 행정부 고위관리는 로이터에 전했다.

이런 내용은 앞서 중국이 내정 간섭으로 간주한 사안들이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양국의 경쟁은 ‘재앙’이 될 것이며 양측은 오판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을 재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홍콩, 신장,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주권과 영토 보전의 문제”라며 미국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대화는 시 주석이 작년 3월 2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한 이후 중국과 미국 정상간 11개월 만의 첫 통화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이 코로나19 대유행을 촉발했다고 비난하며 무역전쟁과 안보 위협으로 간주되는 중국 관료와 기업에 대한 제재 등 대(對)중국 조치에 나섰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였던 작년 11월 시 주석을 ‘깡패’라고 부르며 “중국을 압박, 고립, 응징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이끌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자신이 시 주석과 24시간 이상 비공개 회동을 갖고 1만 7천 마일 이상을 함께 여행했다며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겠다고 예고했고, 중국이 신장 지역에서 대량학살을 저질렀다는 트럼프 전 행정부의 결정을 지지했다. 동시에 전보다 다자적인 접근을 약속했으며 기후 변화와 북한의 핵 포기를 설득하기 위한 중국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미국은 가능성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될 수 있다”고 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우리는 그 가능성이 이제 중미 관계 개선을 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의 편집장은 트위터를 통해 “통화가 2시간 동안 이어진 것은 ‘심층적인 소통’을 보여주는 매우 긍정적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스콧 케네디는 시 주석이 광범위한 교류를 제안했지만 바이든의 철저한 전략 검토 계획을 감안할 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미국의 한 관리도 정부가 앞으로 수개월 안에 중국의 민감한 기술 유출에 대한 제재를 추가가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며 중국 수입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철폐를 위한 빠른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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