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모=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알라모에 있는 멕시코 국경장벽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알라모=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알라모에 있는 멕시코 국경장벽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상원 제출한 서면자료서 공방전
표현의 자유 보호범위인지 쟁점

[천지일보=이솜 기자]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상원의 두 번째 심판대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판이 9일(현지시간) 개시된다. 탄핵 심판을 하루 앞두고 하원 탄핵소추위원과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치열한 서면 공방을 벌였다.

양측은 8일 상원에 제출한 서면 자료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리가 가능한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가 법적 보호를 받는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는지를 놓고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작년 11월 대선 패배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직 시절이던 지난달 6일 지지자들 앞 연설에서 의사당 난동 사태를 부추겨 내란을 선동한 혐의로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민주당이 다수석인 하원은 별도의 조사 절차 없이 사건 일주일 만인 지난달 13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2명, 반대 197명으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당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1868년 앤드루 존슨,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하원에서 한 차례 탄핵을 받은 적이 있으나 두 번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초다.

앞서 작년 초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공화당의 상원 장악으로 부결된 바 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상원 과반을 차지하고는 있으나 상원 100석의 3분의 2 이상인 67명의 찬성표가 필요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이 반대표를 던져줘야 하지만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상원이 진행한 퇴임 대통령 탄핵 심판 위헌 여부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 중 5명만이 탄핵 심리가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당시 위헌 표결에서는 합헌 55표가 나왔고, 위헌은 45표 나왔다.

[워싱턴=AP/뉴시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1월 13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서명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워싱턴=AP/뉴시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1월 13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서명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오늘 하원은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라고 하원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 2명은 78쪽짜리 변론서에서 퇴임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리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즉시 기각을 요구했다. 이달 2일 제출한 14쪽짜리 서면을 보완한 것이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은 수정헌법 1조 상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서 탄핵할 만한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뻔뻔한 정치 행위를 통해 정적과 소수 정당을 침묵시키려는 시도라며 “정치극을 위해 민주당이 굶주림을 채우려는 행위는 공화국과 민주주의,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권리에 대한 위험임을 결정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탄핵 심리의 검사 격인 9명의 하원 탄핵소추위원들은 이날 상원에 서면자료를 제출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도를 선동했으며, 다시는 고위직을 맡지 못하도록 유죄 선고를 내릴 권한이 의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퇴임 전에 벌어진 일이어서 탄핵 심판의 대상이 된다면서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구속되는 신성한 취임선서를 한다. 헌법에 ‘1월의 예외’란 없다”는 근거를 들었다. 아울러 하원이 탄핵 소추안을 가결한 것은 트럼트 전 대통령이 평가가 나쁜 정치적 의견을 표명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에 대항한 폭력적 내란을 선동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연설이 표현의 자유라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지언론에서는 이번 상원 탄핵 심리가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길어도 2주를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상원의 탄핵 심리에서는 약 3주 걸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