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고찰해 오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나라고 역사가 있고, 그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가 있다. 각 나라의 문화를 면밀히 뜯어보면 그 나라의 종교성을 알 수 있다.

즉, 문화의 발달은 종교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알게 된다. 독일의 노르베르트 신부나 인도의 시성 타골이 이 한반도와 함께 면면이 이어온 문화를 직접 보고 듣고 깨달은 후 놀란 이유가 바로 종교문화로 점철된 민족이었다는 데 있었다. 우리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그 종교성을 우리의 역사와 함께 머금고 있었으며 또 문화로 표현되어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우리와 함께해 온 종교 즉, 유불선을 보자. 이 유불선은 역사와 함께 유교문화 불교문화 기독교문화라는 종교문화로 승화되어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해 왔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오늘날 종교 편향적 문제로 비화되어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많은 물의를 빚은 ‘템플 스테이’니 ‘처치 스테이’니 하는 것이 그 증거가 될 것이다.

유교는 유입된 종교라 하지만 유교가 우리 삶의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유교문화로 자리 잡은 나라는 우리뿐이다. 불교 역시 인도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정착하고 불교문화로 꽃피운 나라도 바로 이 나라다. 기독교 역시 짧은 역사라 할지라도 ‘1907평양대부흥회’를 기점으로 오늘날까지 세계에서 가장 왕성한 기독교국가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그 외에도 천도교를 비롯해 그동안 배척해 오던 이슬람 종교와 문화까지 수용되는 시기를 맞으며 그야말로 수많은 종교가 이 사회에 공존하며 나름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종교 다문화국가가 아니겠는가.

한마디로 모든 종교가 이 한반도에서 화합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면서 종교의 본질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지고 이해와 배려를 아는 종교 문화인으로 성숙해 가야 하는 숙제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운명적으로 종교의 종주국이 될 수밖에 없는 역사와 문화와 환경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각기 다른 종교와 그 종교의 문화 속에 길들여져 있다 할지라도 결국은 하나의 종교의 목적을 추구해 가야만 하는 당위성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자기 종교에 도취돼 자기 종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고 그저 습관적 종교생활에 젖어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를테면 얼마 전 필자는 합천 해인사(海印寺)를 방문한 적이 있다. 몽골군의 침입을 부처의 힘으로 막아 보고자 국가적인 차원에서 간행된 것이 바로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이었다. 이 말은 신(神)에 의지하며 살아 왔던 우리의 민족성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는 이처럼 사람에 의지하지 않았고 신을 의지하며 살아 왔던 종교성이 강한 민족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한 민족의 후예로서 오늘날 우리의 몫은 과연 무엇이겠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부처의 뜻이 담긴 팔만대장경 즉, 팔만대장경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고 그저 외형적 문화재만을 앞세워 돈벌이의 수단으로 치부하고 있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2000년 전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성전에서도 당시 신앙인들은 솔로몬이 46년 동안 지은 역사와 문화를 앞세워 절기를 지켰으며, 심지어 성전 안에선 소와 양과 비둘기를 사고팔았다. 예수는 이같이 사고파는 사람들과 돈 바꾸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광경을 보고, 성전에서 다 쫓아내고 돈 바꾸는 상을 뒤집어엎은 일을 우리는 성경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 “비둘기 파는 사람들에게 이르시되 이것을 여기서 가져가라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고 말했다.

그렇다 오늘날 모든 종교가 귀담아 들어야 할 책망일 것이다. 우리에게 역사와 문화가 필요한 것은 종교성이 내재된 문화 속에 감춰진 신의 뜻을 오늘날 깨닫게 하기 위함임을 절대 잊어선 안될 것이다.
본질은 없고 외형에만 치우쳐 사람의 욕심과 배만 채우고 있는 오늘의 종교문화 현실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때가 되어 잃었던 문화재와 약탈당했던 문화재들이 속속 제자리를 찾아 귀환하고 있다. 이런 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외형적 자만심을 버리고, 혜안(慧眼)을 가지고 문화 속에 담긴 본질을 발견해 역사에 뿌리를 두고, 오늘의 우리 삶의 지표로 삼아야 하겠으며, 오늘과 내일을 열어 가는 데 지식이 되고 지혜가 되어 신(神)이 인도하는 종교 종주국이 되고 또 종교인이 되기를 힘써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