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논의는 끝났다.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바르셀로나는 이 시대 최고의 축구팀에 올랐다. 지난 주말 축구의 나라 잉글랜드 웸블리 구장에서 벌어진 유럽축구 연맹 챔피언스리그 최종 결승에서 최고의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1로 물리치고 우승하는 순간 바르셀로나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은 “나는 메시라는 선수를 갖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메시는 내가 지금까지 본 최고의 선수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최고의 선수로 활약할 것이다”며 메시에 대해 극찬했다.

혈기 왕성한 40세 젊은 감독의 이러한 최고의 칭찬에 대해 메시는 예상 밖으로 차분히 말했다. “맨체스터와 경기를 가진 것이 행복하다. 우리가 조금 더 나은 경기를 했다. 우리는 이길 만했다”는 게 메시의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천재적인 드리블링 능력을 구사하며 이날 올 시즌 통산 53번째 골을 결승골로 연결시키고 바르셀로나에 우승을 선사했지만 자신보다는 팀을 먼저 앞세웠다.

세계 언론과 소속팀 감독 등이 ‘축구 신이 내린 신동’ ‘마라도나의 재림’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 등 칭찬릴레이가 이어졌지만 메시는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축구의 기본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웨인 루니, 호나우두보다 그가 당대 최고의 축구 스타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트 스윙’의 대명사인 미국 프로야구의 홈런타자 켄 그리피 주니어는 지난해 “예전부터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면 은퇴를 할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내 존재가 팀에 방해가 되는 것 같다”고 은퇴를 선언해 깜짝 놀라게 했다. 행크 아론이 가지고 있던 통산 최다홈런기록(755개)을 깰 적임자로 평가받았지만 베리 본즈(762개)에 신기록 달성을 양보하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한때 최고의 홈런타자로 기고만장했을 법하지만 그는 의외로 겸손하고 자기를 낮출 줄 아는 선수였다. 최근 뉴욕 타임스 보도에서 그의 이러한 일면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뉴욕 타임스에 뉴욕 메츠의 구단 지분 일부를 인수한 헤지펀드의 큰 손 데이비드 아인혼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켄 그리피 주니어를 거론하면서 그의 어록을 언급한 것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42세의 아인혼 회장은 자신의 투자 스타일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 켄 그리피 주니어의 말을 언급했다.

“나는 나 스스로도 홈런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볼 하나 하나를 보고 열심히 때릴 때, 볼은 담장을 넘어갈 것이다.” 포커선수 출신으로 최고의 투자전략과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는 아인혼 회장은 워렌 버핏 회장에 못지 않는 헤지 펀드의 귀재이지만 최고수의 영역에서도 매사 최선을 다하는 기본기를 강조한 것이다.

#팀과 기본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까닭은 최근 프로축구의 승부조작과 관련해 선수들이 너무나 사욕에 사로잡힌 나머지 스포츠의 본질이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전 국가대표 선수까지 포함된 프로축구의 승부조작 사건은 한마디로 자기 이익을 챙기겠다는 이기적이고 발상이 낳은 대형 인재이다. 스포츠도 어차피 사회적 구성물이며 사회 환경의 산물이어서 개인의 성공과 사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고 남을 속이며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의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스포츠에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고 난 후 프로축구에서는 자성의 움직임이 크게 일고 있다. “신뢰로 거듭나겠습니다. 저희를 다시 한번 지켜봐주세요” “오늘을 이기기 위해서라기보다 살기 위해서 열심히 뛰겠습니다”라며 사죄와 용서의 결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선수가 흩트려 놓은 프로축구 분위기를 뜻있는 많은 프로축구 선수들이 나서서 새로운 다짐과 열정을 호소하고 있어 그마나 다행한 일이다.

국내 스포츠에서 김연아 등 좋은 선수는 많이 나왔지만 전 국민이 추앙할 만한 위대한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은 자기만 성공하겠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이번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을 계기로 리오넬 메시, 켄 그리피 주니어 등이 어떻게 세계적인 선수가 됐고 출중한 기량 이전에 인간적인 면에서도 극찬을 받게 됐는지를 찬찬히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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