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연 교수(성신여대 심리학과). (제공: 성신여자대학교)
서수연 교수(성신여대 심리학과). (제공: 성신여자대학교)

서 교수 연구팀, 고대안산병원 신철 교수 연구팀 공동연구발표

악몽 꾸는 노인 ‘우울증 위험 4배’, 극단적 선택 관련 생각 3배 더 높아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악몽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특히 70세 이상의 노년기에 꾸는 악몽은 정신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5일 성신여자대학교에 따르면 국내 심리학자 중 수면에 관한 연구로 잘 알려진 서수연 교수(성신여대 심리학과)는 국내 50~80대 성인 2940명을 대상으로 한 고려대 안산병원과의 공동연구에서 이같이 밝혔다.

악몽은 강렬하고 부정적인 정서를 포함한 꿈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수면 중 잠에서 깨도록 만드는 생생한 꿈이다.

악몽은 한 달에 한 번 이하라면 정상적인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이상 꾸지 않는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50세 이상의 인구에서 심각한 악몽의 유병률은 2.7%로 조사됐으며, 70세 이상에서는 6.3%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사별을 경험했거나, 직업이 없거나, 소득이 낮을수록 악몽을 더 자주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사회경제적 요인들과 불면증 증상 등을 고려하더라도, 노년기에 악몽을 빈번하게 꾸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4.4배,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할 가능성은 3.2배, 그리고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생각을 할 가능성이 3.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 교수는 “우울을 비롯한 여러 심리적인 문제와 연관이 있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강력한 만큼, 악몽을 단순히 깨고 나면 괜찮은 ‘무서운 꿈’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이 취약해졌음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균 수명의 증가와 함께 노년기 삶의 질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 만큼 주변 어르신 중에 악몽을 자주 꾸는 분이 있다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악몽장애(nightmare disorder)를 비롯한 우울증 등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철 교수는 “노년이 되면 수면 구조와 패턴이 변하고, 수면 중에 꿈을 꾸는 동안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과격하게 움직이는 렘(REM)수면행동장애와 같은 수면장애가 증가한다”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노년기 악몽 또한 가볍기 여기지 말고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으며 연구결과는 해외저명 학술지인 ‘수면 의학(Sleep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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