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문건.."주한미군 최대 1만2천여명 노출 가능성"
AP통신, 1968년 1월 `DMZ 초목 고사 작전 계획' 보도

(댈러스<美텍사스주>=연합뉴스) 지난 1960년대 말 미국이 한국에 보급한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를 비롯한 각종 제초제 가운데 상당량이 실제 살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퇴역 주한미군 단체에 의해 제기됐다.

이는 당시 미사용 독성 제초제가 한국 내에서 폐기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1978년 경북 칠곡 왜관의 미군 기지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퇴역 주한미군들의 증언이 최근 나와 논란이 되는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퇴역 주한미군들의 인터넷 사이트인 `한국전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가 25일 연합뉴스에 공개한 미 정부 문건에 따르면 지난 1968년과 1969년 한국군 관할 지역에 할당된 제초제는 모뉴론 24만5천파운드(약 111t), 에이전트 오렌지 1만3천475갤런(5만1천ℓ), 에이전트 블루 1만9천305갤런(7만3천78ℓ) 등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모뉴론은 980에이커(39.7㎢) 면적에 사용될 수 있는 용량으로, 실제 이 정도의 면적에 살포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에이전트 오렌지와 에이전트 블루의 살포 면적 용량은 각각 4천491에이커(18.2㎢), 6천435에이커(26㎢)이나 실제 살포된 면적은 각각 3천792에이커(15.3㎢)와 3천626에이커(14.7㎢)라고 이 문서에 적시돼 있다.

이는 할당된 제초제 가운데 살포되지 않고 남은 물량이 있었다는 의미라고 한국전 프로젝트의 테드 바커 회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 문건은 남은 물량이 어떤 식으로 처리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기간 미군 관할 지역에 할당된 물량인 모뉴론 14만5천파운드(65.9t) 에이전트오렌지 7천425갤런(2만8천106ℓ), 에이전트 블루 1만5천70갤런(5만7천46ℓ) 등은 전량 그대로 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건은 아울러 당시 사용된 제초제는 주로 비무장지대(DMZ) 남쪽 경계에서 민간인통제선 북쪽 경계를 따라 길이 151마일(약 243㎞), 폭 200~350야드(180~320m)에 해당하는 지역에 살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에이전트 오렌지를 포함한 제초제는 군인들이 직접 손으로 뿌렸으며, 때때로 바람을 타고 최장 200m까지 퍼져 나갔다고 설명했다.

문건은 살포 중 호흡기나 피부 노출, 오염된 토양이나 식물에 의한 노출 등으로 DMZ 인근에서 근무했던 주한미군 최대 1만2천56명이 각종 제초제에 노출됐을 수 있으며, 음식이나 식수에 의한 노출은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1년 4월 작성된 이 문건은 그러나 한국에서 에이전트 오렌지의 공중 살포는 없었다면서 미군 장병 당시 제초제에 노출됐을 수 있으나 노출 수준은 낮고 지속 기간도 짧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바커 회장은 "당시 미군보다 한국 병사들이 제초제 살포에 더 많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따라서 미 정부 문건이 노출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미군들보다 한국 군인들의 피해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전 프로젝트'는 지난 1968년 1월 12일 AP통신이 서울발로 보도한 `한국 DMZ 초목제거 계획(South Korea To Denude DMZ)'라는 기사도 소개했다.

익명의 군 소식통을 인용한 이 기사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전방 보초병이 북한군의 침투를 잘 발견할 수 있도록 DMZ의 상당 부분에서 초목을 고사시킨다는 계획이었으며, 이를 위해 국방부가 미군에 베트남에서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제초용 화학약품 4만5천갤런(17만343ℓ)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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