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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공동 나진․선봉경제 특구 개발 본격화
속도 내는 북중 경협… “한․중 공동 진출 모색해야”

[천지일보=송범석, 김두나 기자] 중국이 주도하는 ‘북중 공동의 나진·선봉 경제 특구(나선 특구)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최근 <YTN>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천더밍 상무부장이 이끄는 대규모 경제 사절단은 이달 말 북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만날 예정이다.

이와 같이 중국의 대북 투자가 유례없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천안함·연평도 사태 이후 지지부진한 남북 경협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염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북중 경협의 기회를 이용해서 북한의 시장 개방을 유도하고, 한·북·중 3국의 상호이익을 쌓아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본격화하는 나선 특구 개발

나선 특별시는 북한의 함경북도 동해안 북쪽에 있는 지역이다. 동쪽은 두만강을 경계로 중국·러시아연방 및 동해와 접하고 있으며 북한의 다른 지역과는 격리돼 있는 곳으로 1991년 북한은 이 지역을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선포한 바 있다. 개방 정책을 꺼리는 북한이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의 필요성을 현실화해 독자적인 시장경제단위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그 함의는 상당하다.

최근 북한 정부는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투자 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그간 상대적으로 중국의 투자가 시원치 않았던 데다가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조치와 남북 교류 축소로 딱히 외화를 벌어들일 통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투자 유치를 위해 심지어 “나진에 투자할 기회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자본주의 색채가 물씬 묻어나는 문구로 홍보영상을 만들 정도로 북중 경협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한편, 북한이 추가 건설될 부두에 대한 향후 50년간의 독점적 사용권을 부여하는 등 좋은 조건으로 투자 유치를 제안하면서 중국 역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그 가시적인 성과물로 북·중 양국이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나선 특구에 인구 100만 명 규모의 경제 도시를 만들기로 하는 합의가 도출되기도 했다. 또한 북한은 지난해 1월 나선시를 특별시로 승격시켰고 나선특구법 개정작업도 마친 상태다.

주목할 부분은 이 지역이 ‘중국의 룰’에 따라 규율되는 사실상의 중국 공업 단지라는 점이다. 지역 내 중국인과 중국기업은 중국법의 적용을 받고 화폐도 중국 위안화가 사용된다. 이와 함께 중국은 내년 중 나선 특구에 중국 총영사관과 공안을 파견할 예정이다. 행정업무와 치안유지를 위한 조치로, 이는 나선 특구가 ‘중국 도시’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동북 3성의 개발을 위한 반판으로 이 지역을 선정, 새로운 동북아 경제권을 육성하겠다는 복심을 품고 있다. 이후 나선 특구가 경제 성장 거점 도시로 성장하면 중국이 미·일 중심의 동북아 국제정치 구도에서 탈피, 태평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 北, 경제적 효과·역량 과시 등 다목적 포석  

북한은 이 지역을 ‘실험 지구’로 삼아 중국식 개방 모델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발판으로 이용할 수 있다. 김일성-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후계구도의 지지기반 안착을 위한 대내외 홍보물로 사용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더욱이 북중 혈맹관계를 공고히 하고 값싼 노동력으로 고용확대를 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북측이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라는 분석이다.  

특히 북측의 시각은 ‘경제 활로’라는 테마에 향하고 있다. 나선 특구 개발이 남북경협 중단 및 국제사회의 압박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날 통로의 한 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같은 북중 경협의 배경에 대해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한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 경협도 중단돼 있고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경제 활로를 모색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면서 “중국의 경우 북한과 경제적인 부분에서 강력한 협력구도를 만들어 관계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동해를 통한 동북지방 물류수송의 성과를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북한은 북중 경협을 통해 나름대로 자신들의 충분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미국의 도움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면서 “즉, 북미관계 개선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라는 우회적 압박을 행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 경협에 미치는 영향은? 

북중 경협은 남북 경협에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동시에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일단 북한의 대중 수출·수입액이 계속 증가하면서 대중 의존도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남한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중국이 잘 닦아 놓은 길에 남한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데다 북한이 부분적으로나마 시장 경제에 손을 내민다는 점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득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북한과의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조봉현 전문 연구위원은 “북중 경협이 확대되면 남북관계가 개선되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번 북중 경협을 통해 북한이 법과 제도를 만들고 부분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는 등의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결국 양면적”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거나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를 보여줘야만이 남북 경협이 복원되는데,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그렇다고 남북 경협을 장기적으로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북한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서 태도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직접적인 경제협력은 힘들겠지만 중국을 통해 중국기업과 손을 잡고 진출할 수 있는 사업 등 공동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남북 경제협력으로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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