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 당시 높은 정신문화 갖춘 국민성, 민주화운동의 ‘롤 모델’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최근 중동지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운동의 뿌리가 5.18광주민주항쟁 정신과 닿아 있습니다.”

올해는 우리나라 5.18광주민주항쟁 31주년이자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민주화운동으로 독재정권이 무너진 해이다. 재스민 혁명으로 불리는 튀니지 혁명은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지 못해 노점상을 하던 청년 부아지지(26)가 경찰의 단속과 모욕에 분신자살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시발점이 된 청년 부아지지의 상황처럼 튀니지의 청년 실업률은 30%에 달할 정도로 높다. 튀니지 국민들은 청년의 분신자살 소식을 듣고 정부에 분개해 반정부시위를 벌였으며 결국 23년간 독재를 하던 진 엘 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재스민 혁명의 불길은 이집트에서도 타올라 지난 30년간 장기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2월 11일 대통령직에서 사퇴했다.

두 나라에서 독재정권이 물러나기까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이 컸다. 특히 이집트에서는 정부의 인터넷 차단에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해 시위 관련 소식을 공유해 결속력을 다지거나 상황을 국외에
알렸다.

정경자 5.18민주항쟁 서울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지금처럼 80년대에 인터넷이 있었다면 피 흘림의 희생은 덜 했겠지만 5.18광주민주항쟁은 오늘날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 높은 정신문화를 보여준 모범적인 민주화운동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지역 주민들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시위에 참여한 젊은 청년들을 가족처럼 돌봐주었으며 이 기간 사재기 등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이성을 잃지 않았으며 민주주의를 목표로 한 운동이었다는 게 정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그는 “언론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전화나 교통수단도 차단돼 광주 시민들은 고립된 상태였다. 다른 지역에서 도와주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또 당시 광주를 포함한 전국에 계엄령이 선포돼 오후 9시면 통행이 금지됐다.

그는 “모두가 두려워할 때 신군부 세력 앞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이전에 겪은 설움 때문”이라면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 (광주지역은) 정치·경제적으로 차별 당했다. 시대마다 그렇듯 차별·소외당한 집단은 모순된 현실을 더 정확하게 직시할 수 있다”며 광주에서 강한 민주화 열기가 일어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정 총장은 “민주화운동이 5.18 당시에만 일어난 것으로 기억하는 것은 옳지 않다. 1997년이 돼서야 이날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다. 그동안 진상규명 운동 등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민주화가 가능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3.1운동, 4.19혁명뿐 아니라 5.18항쟁을 통해서도 높은 정신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의 국민성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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