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화 이맘은“무슬림들은 하나님 앞에 하루 다섯 번 경건한 예배를 드린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주화 이맘 ‘본질 알면 이슬람에 대한 생각 달라질 것’ 강조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민주화 시위, 이슬람 채권법, 부르카 착용 금지, 그리고 최근 미군에 의해 사살됐다고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까지….

각종 언론매체나 사람들의 입에서 ‘이슬람’이라는 단어가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렇듯 요즘 들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종교가 이슬람이 아닐까.

신록이 푸른 5월,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한국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에서 이주화 이맘을 만나 이슬람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앗살라무 알라이쿰(평화가 당신에게 있기를).” 반갑게 맞아주는 이맘에게 이슬람식으로 첫 인사를 건넸다.

◆ 이슬람교와의 만남
우리나라에서 이슬람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조금은 생소한 듯하다. 그런 이슬람교를 이주화 이맘은 어떻게 접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1980년 중반에 우연히 서울성원에 오게 된 것이 계기가 됐어요. 이후 몇 차례 더 방문했고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슬람을 신앙으로 택했죠.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년 정도 이슬람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이맘’은 예배집전자로 수도생활을 하는 스님과 신부와는 조금 다르다. 별도의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이맘을 하기도 하는데 특히 이슬람 국가에서 이러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맘이 종무 업무를 겸하고 있다.

◆ 이상적인 이슬람 공동체를 향하여
올해 이슬람 국가는 반정부 시위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 튀니지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가 ‘이슬람 민주화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주변 이슬람 국가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대통령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장기집권과 특권층 부패로 생겨난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불만을 품은 자국민의 분노가 터져 버린 것이다.

“집권이 장기화되면서 자신과 가족, 측근에게로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실제로 국민에게 반감을 살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슬람 민주화 혁명에 대해 이맘이 입을 열었다.

이슬람 국가는 대부분 정교일치 체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민주화 혁명을 종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다고 보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어요. 통치자가 코란에 근거해 가장 이슬람적인 방법으로 통치하고 종교적 가르침에 따라 잘 운영한다면 일부 특권층에 부와 권력이 편중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이슬람 국가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는 예언자 무함마드 시대를 언급했다.

“예언자 무함마드 시대와 1대부터 4대까지 칼리파 시기가 가장 올바른 정교일치가 실현된 시기입니다. 가장 이슬람적인 국가는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하고 충실한 것인데 어쩌면 국민은 민주화라기보다 이러한 좀 더 확실한 ‘이슬람화’를 원했던 것이죠.”

그가 말한 ‘이슬람화’는 절대 부자도 절대 가난한 사람도 없는 이슬람공동체(움마)를 가리킨다. 이슬람공동체는 하나님의 말씀 코란과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에 의해 더욱 충실히 이슬람법으로 다스려지는 공동체를 말한다.

◆ 오사마 빈 라덴, 反이스라엘 주의자일 뿐 종교적 연관 옳지 않아
우리의 인식 속에 이슬람교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테러, 여성차별, 오사마 빈 라덴…. 그러나 이맘은 이슬람의 교리와 본질을 알게 되면 이러한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한 사람만을 보고 이슬람교 전체를 생각하는 것에 답답함을 드러내며 이슬람의 본질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오해들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코란을 언급했다.

“코란에 보면 ‘선량한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 사회 구성원 전체를 죽이는 것과 같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님께서 창조해주신 신성한 생명을 절대 함부로 죽이지 마라’라고 돼 있죠.”

테러가 발생하는 원인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졌던 유대인들은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지원을 받으며 1984년 팔레스타인 땅에 이주했다.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수천 년 동안 거주하던 삶의 터전을 어느 날 갑자기 빼앗긴 것이다. 이것이 분쟁의 씨앗이 됐다. 이스라엘은 도시 하나를 감옥처럼 만들어 팔레스타인 주민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권을 찾기 위해 선택한 것이 자살 폭탄 테러였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무슬림(이슬람교도)이었다.

이맘은 그들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종교가 이슬람교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에게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무슬림 테러리스트보다는 반(反)이스라엘주의자 또는 팔레스타인 애국지사 등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슬람교와 테러를 연관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를 막론하고 테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슬림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유럽에서 급증하는 추세인데 그는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은 부흥하고 있는데 테러와 여성폄하가 실제로 이슬람교의 가르침이라면 부흥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되묻는다.

이맘은 9.11테러와 같은 사건 이후에 오히려 이슬람교에 대해 이해나 접근방식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이슬람에 관한 사건‧사고를 접하면서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이슬람교를 좀 더 폭넓고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게 됐어요.”

◆ 물질만능주의서 벗어나 이슬람교서 정화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부르카 착용 금지법을 시행하고 미국의 ‘이슬람 포비아(이슬람 혐오증)’와 같은 현상이 일어남에도 유럽 내 무슬림 인구가 늘어나는 요인을 이맘은 무엇이라 생각할까.

“오늘날 같은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자신을 정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끌어 줄 수 있는 것이 이슬람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 불교는 자비의 종교라 한다면 이슬람교는 ‘평화’의 종교라고 한다.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사랑과 자비가 없으면 이미 종교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죠. ‘앗살라무 알라이쿰’이라는 이슬람 인사처럼 무슬림들은 온 누리에 하나님의 평화가 충만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슬람은 ‘복종’ ‘순종’이란 뜻이다. 이맘의 모습에서 평화, 순종, 겸손의 종교 이슬람의 향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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