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보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견뎌왔던 수천 년의 역사가 얼마나 비통함을 느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공의가 살아 있고 정도가 살아 있는 나라라고 볼 수 있을까.

질곡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참기 어려운 고통과 아픔을 견뎌 온 이 민족이 보고 싶었던 오늘은 지금의 이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렵고 힘이 들 때 허리띠를 졸라 매며 하나 되어 잘 살아보자고 외치던 때와는 사뭇 다른 요즘, 50년 전 5.16을 다시 조명해 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으리라 봐진다.

이쯤에 “여수룬이 살찌매…”라는 구약성서의 말이 떠오른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길을 걸으며 힘들어 하다가 가나안 정착 후 살 만해지니 힘들었던 광야생활을 잊어버리고, 다시 이방신을 섬기며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기며 떠나는 일을 두고 한 말이 생각난다는 뜻이다.

지금 이 나라는 ‘갈등 공화국’이요 이면적으론 사분오열된 춘추전국시대가 되고 말았다.
바로 이 백성들이 살찌므로 나타난 현상이요 결과며 우리의 자화상이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 결과가 발표되던 16일 대한민국은 승패논리에 점령 당해 지역도 민심도 정당도 갈기갈기 찢겨지고 쪼개지던 국가가 실종된 하루였다.

각 지역의 지도자들이 앞장서 단식과 농성을 주도하며 자기 허리에 벨트를 묶어 달라 아우성치던 날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명칭에서 사실은 지역이기주의를 부축이게 하는 점도 없지는 않으며 정치적 접근을 무시할 수도 없게 돼 있었다.

즉, ‘과학’이라는 본질은 ‘비즈니스’라는 기능에 여지없이 무너진 것이다. 이러다 보니 입지선정에 본질보다 정치적 논리로 접근했다느니 나눠 먹기식이니 하는 등 난무하는 지역이기주의의 그릇된 행태를 옹호하고 비호하고 미화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해야 할 것은 자기 지역이 선정되지 않은 것이 불만이지, 정말 대전과 그 주변도시에 선정된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전형적인 지역이기주의이며 배부른 까닭이요 나라의 구심력이 떨어진 결과일 뿐이라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는 없고 지역과 나만 존재하는 무서운 이 시대, 우리의 의식과 가치관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지역에서 정부의 분별력 없는 국책사업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났다는 지적과 함께 내놓은 지역의 대응책이 ‘원전 및 방폐장 사업 중단’이라는 것이 그 증거다. 지역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국책사업의 근본을 흔든다는 것은 그 무엇으로도 미화돼서는 안 된다는 시민의식이 힘을 얻어야 할 것이다.

또 정치는 어떠한가. 당의 공식입장이 나왔음에도 자기주장을 내세우며 반발하는 여야 정치 현실, 국가는 없고 편에 서서 자기주장만 난무하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는 현실,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한 이 현실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또 다른 내일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2012년, 격동의 해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만에 찾아 온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선거의 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치열한 승부의 세계가 예상되는 내년, 지금부터 선거문화 즉, 표를 의식해 지역민을 위한 호기심 유발성 또는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게 될 것에 대비한 우리 국민 나아가 지역민의 남다른 의식과 가치관에 대한 계몽이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역으로 인해 흩어지고 갈라져서는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지나온 역사에서 경계(警戒)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 내년은 우리나라는 물론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EU 프랑스 등 세계주요국 내지 주변국 지도자가 새로이 탄생되며, 각기 세계를 선점해 나가기 위한 치열한 각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이해하고 깨달아 내일의 대한민국을 창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늘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은 결코 우리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우리의 무지를 드러내는 미련한 처사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먼저 깨달은 자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격언과 같이 힘들겠지만 선지자 선구자의 역할을 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가 요구되는 혼탁과 혼란이 우리 곁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우리 곁에서 노크하는데 우리의 생각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면 후회할 일만 남게 될 것이란 점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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