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내 의료진. (제공: 단국대병원) ⓒ천지일보 2020.3.5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내 의료진. (제공: 단국대병원) ⓒ천지일보 2020.3.5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14일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전공의 차출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선 의사들이 절감하고 있는 언어”라며 ‘토사구팽’이라고 반발했다.

이는 최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전공의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전공의 투입을 위해 전문의 시험 면제 여부까지 검토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대전협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 기준 의료인력지원 3819명 중 1790명은 의사로 1563명의 간호사·간호조무사보다 많았다. 대전협은 “이는 코로나19에서 의사들이 최후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처럼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앞장선 의사에게 돌아온 것은 수모와 멸시였다”며 “4대악 정책과 여론몰이로 정부는 그동안 쌓아왔던 의사집단과의 신뢰를 깨뜨렸다. 의사들은 피를 흘리는 사투를 벌이며 온몸으로 방패막이가 되고 있지만, 대통령은 ‘의료진이라고 표현됐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라고 발언했다”고 꼬집었다.

대전협은 “정부가 의사들을 홀대하고 있는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전공의들을 차출하겠다 한다”며 “이는 가혹한 환경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들에게 짐을 더 얹는 것과 같다. 뿐만아니라 병원의 중요한 인력을 차출해 코로나19 방역에 투입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18명으로 집계된 14일 오전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18명으로 집계된 14일 오전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14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수련 받는 의사를 일컫는다.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 의사임에도 대학병원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로 전공의들은 중환자실, 분만실, 수술실, 투석실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나 응급 환자의 진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공의들은 고강도로 일하고 있다. ‘주당 52시간’ 규정 대신 ‘전공의 특별법’을 적용받아 주당 88시간까지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당 88시간은 6일 내내 거의 15시간씩 일하는 셈이다.

대전협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서, 이미 마른 수건 짜듯 일하며 자신들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전공의들은 정부가 아무 때나 부른다고 달려갈 수 있는 노예가 아니다”고 성토했다.

이어 “전공의들은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가중 업무에도 시달리고 있다. 일부 국립대학병원에 속한 전공의들의 경우, 코로나19 병동 업무 또한 맡으며 업무 과중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의 시험을 면제하는 조건으로 3,4년차 전공의들을 차출하겠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전공의들은 격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의 시험은 전문의가 되기 위해 공정성을 바탕으로 자격을 검증하는 시험으로, 정부의 제안이 지금껏 전문의를 검증한 시험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시험이 50여일 남은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의견 수렴이 없는 현재 상황은 절차적 민주주의 또한 위배하고 있다”며 “만일 이것이 현실화 된다면 이는 정부가 지금껏 강조해왔던 공정성과 민주성을 모두 스스로 배반하는 행위인 것”이라고 분노했다.

대전협은 정부에 이전 발언과 행동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며 “병원 핵심 인력인 전공의 대신 다른 의료 인력 투입을 고려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응 인력 보충을 위해 유럽국가의 선례를 참고해 의대생 국시면제 및 코로나19 방역에 투입을 고려하라”며 “이러한 고려 없이 전공의를 코로나19 방역에 투입한다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의사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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