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초강대국 내지는 연합국으로부터 나오는 힘의 쏠림현상이 둔화되고, 제각각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알카에다의 지도자 빈 라덴의 사망으로 세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9.11테러의 복수로 빈 라덴을 제거했다고 하지만,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있다.

알카에다와 탈레반은 아니 이슬람권은 더 큰 복수를 다짐하고 있으며, 알카에다의 보복은 미국은 물론 미국과 관련 있는 모든 나라에 긴장을 주고 있으며, 이미 그 움직임은 시작됐다.

약 한 세기(世紀)를 독주하다시피 해 온 미국은 이제 그 힘이 쇠퇴해 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어마어마한 지하자원이 매장된 알래스카, 또 개척 당시 인디안 등 원주민을 내쫓고 차지한 광활한 대륙에 석유를 포함한 지하자원이 세계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이처럼 미래의 부(富)를 꼭꼭 숨겨둔 채 혼자만 지키고 누리기 위해 미국이 택한 것은 아랍권의 석유시장 진출과 장악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을 지배하고 움직이는 실질적 민족이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아랍 진출과 함께 석유시장 장악 의도는 이슬람근본주의자들에겐 역사적 종교적 민족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아랍 진출은 탈레반과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와 같은 무장 저항세력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 셈이다. 빈 라덴이 사망 직전 마지막으로 한 말 즉, “미국이 살 길은 이스라엘과 손을 끊는 일”이라고 밝힌 게 그 증거다.

그리고 이들은 어찌 보면 과거 아라파트가 이끄는 소위 ‘PLO’라고 하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뒤를 잇는 유대인에 대항하는 조직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랍진영마저 서방화로 침식되어가는 마당에서 이슬람권 입장에서 볼 때 이들 조직은 선구자의 입장에 있는 것이다.

또 이들은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대부분 지식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저항세력의 리더인 빈 라덴이 그것도 비무장상태에서 미국의 정보세력에 의해 사망한 것이다. 이번 빈 라덴의 사망은 이슬람 무장 세력의 약화 대신 탈레반과 알카에다는 물론 범 이슬람권의 결집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빈 라덴의 사망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결국 미국은 인권과 평화를 앞세워 세계 곳곳에 평화의 사절단으로 활동해 왔지만, 그 이면에는 이러한 계산이 깔려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 결과는 아랍권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같이 모든 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발목이 잡혀 나올 수도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수십 년에 걸친 소모전으로 사망자는 늘어나고 국력은 쇠약해지고 국론은 분열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아프간 전쟁은 완전한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개척정신으로 시작된 기질은 오직 팽창과 지배의식으로 굳어져 오늘에 이르렀으며, 피로 빼앗은 짧은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는 장구(長久)한 미래를 보장 받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한 무장 세력의 리더가 사망한 사건으로 일축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큰 파장을 불러 올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번 사태로 세계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연합과 연대의 모색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즉, 새로운 시대로 변화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미국은 위세 대신 살 길을 노골적으로 찾을 것이다. 지난 중동 소요사태에서 이집트나 리비아에 보인 태도가 이를 말하고 있으며, 리비아 공습 시 나토의 영향력에도 그 의미를 두지 않고 있음은 분명히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이웃 일본 또한 재해에 적응된 나라라고는 하지만 이번 지진과 쓰나미 나아가 원전사태는 일본의 국가 전략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거대 중국 또한 세계 초강대국의 야심찬 꿈은 있겠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환경과 여건은 꿈을 실현시켜 가기에는 극복할 게 너무나 많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북한 역시 체제유지와 식량난 해결 등 주변국은 물론 세계는 각기 살 길을 찾아 유리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말도 있다. 이럴 때 우리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당파에 멍들었던 과거 역사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오늘 우리의 모습이 사색당파에 휩싸인 지난날을 생각나게 하는 아픈 현실이다. 숲을 보고 나무를 보라는 말과 같이 세계의 정세와 흐름을 읽고 우리의 갈 방향을 잡아 하나 되어 나가야 한다. 사적에서 떠나 대의와 공의를 앞세워 이 나라는 물론 인류의 공존을 위해 힘써야 할 때임을 잊지 말자. 우리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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