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주=AP/뉴시스]21일(현지시간) 벨기에 리에주의 CHR 시타델르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리에주=AP/뉴시스]21일(현지시간) 벨기에 리에주의 CHR 시타델르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벨기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오른 가운데 고위험군인 노인들이 집중돼 있는 양로원 등이 방역의 우선순위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요양원에 집중돼 있다며 벨기에의 코로나19 현황을 전했다.

벨기에의 한 의사는 자국 내 요양원을 코로나19 대유행의 ‘대학살 현장’이라고 묘사했는데, 이는 벨기에 코로나19 사망자 중 요양원의 노인들과 종사자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 벨기에 지부 밋 필립스는 “양로원은 1차 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우선순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벨기에는 올해 코로나19 사망자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다고 보고했다. 지난 한 주 동안 100만명 당 하루 평균 17.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100만명 당 하루 평균 3.5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보다 5배나 많은 수준이다.

벨기에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비교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들은 특히 양로원에서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지난 9월 1일 이후 2천명 이상의 벨기에 요양원 주민들이 사망했으며 이들은 이 기간 동안 벨기에의 코로나19 사망자 중 43%에 달했다. 1차 파동 때는 총 코로나19 사망자 중 64%가 요양원 거주자들이었다.

이같이 요양원에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데는 충분한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못한 데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벨기에의 코로나19 검사 센터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로 압도돼 있었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 요양원 노인들까지 검사를 받기 어려웠던 것이다. 벨기에 정부의 고문인 이브 반 라에트헴 교수는 지난 9월 의회 증언에서 “(요양원) 방문을 금지했지만, 무증상 전염이 있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벨기에의 요양원 노인들은 검사뿐 아니라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1차 파동 당시 벨기에 정부는 수많은 요양원 노인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 가고 있음에도 중환자실의 점유율을 60%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요양원 거주자들을 병원에 입원시키지 못하게 하는 공식적인 정책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1차 파동 당시 코로나19로 사망한 요양원 거주자의 78%는 병원이 아닌 곳에서 숨졌다.

그리고 현재 요양원 거주자 중 코로나19 사망자의 72% 역시 병원 밖에서 숨지고 있다.

노인들에 대한 방역 미흡은 벨기에의 일만은 아니다. 앞서 스웨덴 정부는 요양원에서의 방역 실패를 인정하고 코로나19 취약계층에게 추가적인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 요양원에서는 지난 5개월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번 달에 사망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할 때마다 요양원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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