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26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법원 명령에 강제제공 법안 추진

참여연대·정의당·민변·서울지방변호사회 등 “인권 억압” 질타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인권, 민생, 법치.’

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올해 1월 3일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내세운 3가지 키워드다.

취임을 시작으로 추 장관은 누구보다 인권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추진 중인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공개하게 하는 법에 대해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계속 이어진 인권에 대한 강조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한동훈·n번방 등 사례 계기”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시 협력의무 부과 법안’ 연구를 공식화했다.

법안 취지에 대해 법무부는 “n번방 사건, 한 검사장 사례 등을 계기로 디지털 증거에 대한 과학수사가 날로 중요해지고, 인터넷상 아동 음란물 범죄, 사이버 테러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에 관한 법 집행이 무력해지는 데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쏟아지는 우려를 해소하고자 법무부는 “자기부죄금지원칙(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 및 양심의 자유, 사생활 보호와 조화로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한다”고도 부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피의자 휴대전화 공개법 법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출처: 민변 홈페이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피의자 휴대전화 공개법 법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출처: 민변 홈페이지)

◆각계서 ‘반인권’ ‘반헌법’ 지적

법무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다수의 여당 국회의원과 정부·청와대 고위직을 배출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참여연대는 “법무부는 이같이 반인권적이고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제도 도입 검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평소 인권을 자주 언급하던 추 장관의 언행에 비춰보면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취임식부터 “법, 인권 수호 최후 보루”

1월 3일 취임식에서 추 장관은 “법은 인권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며 시작부터 인권을 강조해왔다. 이는 ‘인권을 무시하는 강압적인 검찰수사’를 타파하고 문재인정부의 핵심 공약인 ‘검찰개혁’을 이뤄내는 일과 일맥상통했다.

취임하자마자 추 장관은 1월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해 대검찰청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몰아냈다. 그때도 법무부는 “검찰 본연의 업무인 인권보호 및 형사·공판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온 검사들을 우대했다”고 강조했다.

인사 직후인 1월 10일엔 비직제 수사조직은 시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 설치할 것을 대검에 특별히 지시했다. 이때도 법무부가 내세운 논리는 검찰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 되기 위해선 직접수사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상갓집 항명’ 이후 이어진 중간간부 인사에선 우수 인권감독관으로 꼽힌 검사들을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으로 불러들이며 인권을 다시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검찰 파쇼… 검찰, 인권 침해”

검찰개혁의 하나로 1월 31일 이뤄진 ‘권력기관 개혁 후속 조치 추진계획’에 대한 브리핑에선 “‘검찰 파쇼’라고 할 정도로 검찰에 많은 권한이 집중돼 인권을 침해하고 권력과 유착하는 등 국민 우려를 가중시켰다”고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2월 3일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는 “‘인권’은 시대와 이념을 초월한 보편적 가치이고, 검사는 ‘인권옹호자’로서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고 보장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인권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인권 보호 위해 탄생”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를 주장하면서도 인권을 강조했고, 지난 2월 17일 전주지검 신청사 준공식에선 “검찰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다”며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염두에 두고 검찰권 행사하는 모든 단계에서 인권이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2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 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임 검사들을 향한 인권 강조는 계속 반복됐다. 5월 11일 열린 임관식에선 “검찰의 최우선 가치는 인권 보호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했고, 8월 3일 열린 임관식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신임 검사들에게 전했다.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됐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충돌하는 중엔 검사 출신 장관과 자신을 비교하며 “문민 장관은 인권 침해를 시정하는 내용이 많다. 보통 대검이 거북해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왼쪽부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함께 웃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왼쪽부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함께 웃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분 동안 인권만 4번

9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브리핑에서도 검찰의 인권 옹호 기능을 언급했다. 2분가량의 발표에서 인권이란 단어만 4번을 말하는 등 초점은 인권이었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검찰의 인권감독관은 전국에서 23명이나 배치됐다.

추 장관은 가장 최근인 지난 11일까지도 2020년 검찰 연감 발간 격려사에서도 검찰의 인권옹호 역할을 주문했다.

◆정의당 “인권 억압 행태

그러나 불과 하루 뒤인 12일 추 장관은 휴대전화 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강제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13일 법무부가 이를 공식화하면서 반인권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정의당도 장혜영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내고 “추 장관은 국민 인권을 억압하는 잘못된 지시를 당장 철회하고 국민께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법무부 수장이 검찰총장과 신경전을 벌이느라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인권을 억압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들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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