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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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사건관계자의 정신 병력을 경찰이 언론에 유출하는 행위는 사생활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경찰이 창녕아동학대사건 관련 언론 브리핑 시 사건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대중에게 임의로 공개해 당사자의 사생활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이 범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부정적 고정관념을 강화시켰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한 진정에서 피해자의 신원 및 권리구제 의사가 파악되지 않아 해당 진정은 ‘인권위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각하됐다.

다만 인권위는 경찰의 개인민감정보 임의 공개에 대한 재발방지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같은 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에 따라 지난 9월 21일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에서 의견표명하기로 결정했다.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에 따라 건강에 관한 정보는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정보로서 특별히 보호할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경찰청 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4조(수사사건등의 공개금지) 및 제5조(예외적인 공개)는 ▲신속히 범인을 검거해야 하거나 ▲유사 범죄 예방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로 인한 권익침해를 회복시켜야 하는 경우 ▲공공의 안전을 위해 대응조치 등에 관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즉시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 대해 예외적으로 수사사건 공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신상 및 사생활에 관한 내용은 공개가 제한된다(같은 규칙 제10조 제1항 제2호).

인권위는 “이미 검거가 완료돼 공공의 안전 우려가 소멸된 사건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언론에 유출하는 행위는 헌법 제17조가 보호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해 규칙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2016년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비(非)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1.4%)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0.1%)보다 15배가량 높으며, 강력범죄의 경우도 비정신질환자의 범죄율(0.3%)이 정신질환자 범죄율(0.05%)에 비해 6배가량 높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국민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5%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이는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신질환자 집단 전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강화해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고통의 무게를, 당사자에게는 치료를 회피하게 하는 원인이 돼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개인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정신병력이 사건관계자 동의 없이 언론에 유출되지 않도록 개선하고, 공공의 이익 등을 이유로 부득이 공개해야 하는 경우 내부 심의를 거치는 등 관련 절차를 마련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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