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가 오는 7월이면 발효된다. 기나긴 진통 끝에 지난 4일 한·EU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본회의에 불참하고 민주노동당 등 군소야당이 끝까지 반대하자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다. 지금까지 인내한 만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한·EU FTA 발효에 따라 거대한 유럽 대륙과의 무한경쟁이 펼쳐지게 됐다. 수년 내 양측의 공산품 관세가 사라지고 자동차에 붙는 관세도 철폐돼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다. 더 이상 관세 장벽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이나 유럽 모두 품질과 가격에서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가전과 자동차 분야에서 혜택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유럽연합은 물류비용의 축소로 와인 등의 소비재와 육류 등 유럽산 농축수산물에서 이득을 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농축산물 분야에서 유럽산 제품이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농축산물 분야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비준안 처리에 앞서 여야와 정부는 피해산업 보호 대책의 일환으로 SSM(기업형 슈퍼마켓) 입점제한 거리를 현행 500m에서 lkm로 늘리고, 적용시한도 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또 농축산물 하락 시 기준가의 85% 아래로 하락 시 차액의 90%까지 FTA 발효 후 10년 동안 보전하기로 했다. 배합사료와 영농기자재의 부가가치세 영세율은 FTA 발표 후 10년간 유지하고, 5년간 1조 원 이상 정부출연금을 FTA 이행기금에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협정문에 SSM의 진입을 제한할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측에서 국내법과의 협정문의 괴리에 적극 문제제기를 하고 나설 경우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정부는 발효 후 재협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 피해산업을 보호할 부수법안을 이번에 처리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여야가 이 문제의 시급성을 간과하고 정쟁에만 매몰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축산농가와 중소유통업체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조속히 처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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