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직장갑질119 출범 3주년 조사

여성·청년 등 절반 “안 줄어”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1. 계약직으로 입사 이후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회의 시간에 초등학생이냐, 그것도 못하냐고 비웃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소리쳤습니다. 괴롭힘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진정을 넣었는데 도리어 저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습니다.

#2.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저한테 ‘성격이 이상한 애’라고 하고, 매일 제 능력을 폄하합니다. 실수했다고 욕을 하면서 들고 있던 컵을 던진 적도 있습니다. 책상 파티션을 발로 차고, 위협하듯 다가와서 어깨를 밀고, 폭언을 했습니다. 성희롱 발언도 몇 차례 했습니다.

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출범 3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직장갑질 지수’ 및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방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56.9%로 전년 동기(39.2%)보다 17.7%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 5개월이 지났음에도 비정규직, 여성, 청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직장에서 상대적인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괴롭힘이 얼마나 줄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줄어들지 않았다’는 응답이 여성(52.7%)이 남성(43.1%)보다 9.6% 높게 나타났다.

또한 비정규직(50.8%)이 정규직(38.0%)보다 12.8%, 5인 미만 사업장(49.0%)이 300인 이상 사업장(35.6%)보다 13.4%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노조원(47.6%)이 조합원(28.6%)보다 19%, 월급 150만원 미만(50.3%)이 500만원 이상(29.2%)보다 21.1%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 (제공: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 (제공: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36.0%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는 모욕·명예훼손이 22.0%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당지시 21.3%, 업무 외 강요 17.1%, 따돌림·차별 15.4%, 폭행·폭언 13.0%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360명)에게 괴롭힘 행위를 당한 대상에 대해 물어본 결과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8.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용자’ 25.0%, ‘비슷한 직급 동료’ 14.2%,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 6.9%,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 2.8%, ‘사용자의 친인척’ 2.2, ‘하급자’ 0.8% 순으로 분석됐다.

대응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555명)의 58.7%가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고 답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항의했다’(36.2%), ‘회사를 그만뒀다’(28.1%) 등의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중복응답).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고 응답한 326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가 69.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향후 인사, 재취업 방해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22.4%, ‘내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4.8%, ‘시간이 없어서’ 2.1% 순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 대응 방법. (제공: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직장 내 괴롭힘 대응 방법. (제공: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고, 신고했을 경우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도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냥 참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며 “처벌조항 신설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게 절실하다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해 7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67.6%로 높게 나타났지만, 일터의 약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정규직의 73.0%는 ‘법을 알고 있었다’고 응답했지만, 비정규직은 59.5%만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노조원(81.6%)와 노조 없음(63.5%), 사무직(76.2%)과 비사무직(59.0%), 중앙 및 지방 공공기관(75.5%), 민간 300인 이상(81.4%)과 민간 5인 미만(53.3%)이 큰 차이를 보였다.

직장 내 괴롭힘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강화’가 33.1%로 가장 높았고, 이어 ‘집단주의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캠페인’ 23.7%, ‘직장내 괴롭힘 발생 회사에 대한 노동부 관리감독 강화’ 19.2% 등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직장갑질119가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을 받아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전국 만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비율 기준에 따라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 비율. (제공: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직장 내 괴롭힘 경험 비율. (제공: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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