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앞에선 이상한 시위가 있었다.

지금까지 세계문화를 선도해 왔던 유럽의 메카 프랑스, 그것도 그들 문화의 자존심인 루브르 박물관 앞 광장에서 프랑스인들은 물론 유럽의 한류팬 300여 명이 모여, ‘동방신기’ ‘샤이니’ 등 한국의 유명가수들의 노래와 춤으로 이색시위를 벌였다는 사실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사 가수들의 공연티켓이 판매가 시작되고 15분 만에 인터넷으로 매진된 데 대한 항의로 ‘소녀시대’ 공연을 한 번 더 해 달라는 요구성 시위다.

이 시위가 관심이 가는 이유는 1866년 병인양요(丙寅洋擾) 때 프랑스에 의해 약탈당한 외규장각의 ‘조선왕실의궤’가 환수절차에 의해 145년 만에 반환됨으로 인해 양국 간 미묘한 정서가 흐르는 시점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관심이 가는 것은 한류다. 애초 한류의 시작은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다.

중국은 서구문화를 홍콩 즉, 세계가 모이는 시장을 통로로 삼아 간접적으로나마 접해 오다가 1997년 영국으로부터 반환되자 서구문화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때 일본이나 미국은 그 틈새를 이용해 중국의 거대 문화시장을 점령해 가려 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반일정서가 부담으로 작용했고, 미국으로부터 직접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교조적 사상에 길들여져 있는 중국인들의 서양에 대한 정서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때 중국인들로 하여금 군침을 당기게 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다. 그 이유는 서양의 문화와 동양의 문화를 융합해 지혜롭게 소화시키는 소위 한국인들의 이질감 없는 ‘퓨전문화’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중국인들이 받아들이기에도 부담이 적었던 것이다.

결국 퓨전된 한국의 대중문화는 한류의 시작점이 되어 급속도로 중국대륙시장을 강타하기 시작했으며, 나아가 한류는 다시 역풍을 타고 일본․미국 등 태평양을 건너 세계로 뻗어갈 수 있었다.

대중문화로 시작해 세계로 뻗어가던 한류는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의 고유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갖게 되는데, 결정적 시점은 2010년 ‘세계정상회의’라고 볼 수 있다.

정상회의로 모인 각국 정상들이 아니 세계가 식민지와 동란으로 얼룩진 과거를 이기고 반세기 만에 초고도성장이라는 경제 대국을 이룬 그 이면에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문화 속에 깃든 위대한 정신과 사상이 잠재돼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주요한 계기가 됐다.

또한 과거 약탈과 도난 등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는 오늘날에 와서 그 문화재의 가치를 통해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는 기초자료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젠 자기나라의 문화만을 고집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렇기에 ‘퓨전문화’든 ‘다문화’든 그야말로 세계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로 성숙시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자기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다양성을 인정해야만 하는 이 시대를 아우르고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내가 있기에 남도 있듯이 내가 없이는 남도 없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의 한글보급에 의미를 뒀던 것도 말은 있어도 글이 없는 민족에 글을 보급함으로써 자기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계승하게 하여 세계 속에 하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 갈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즉, 타 문화에 대한 인정이요 공유인 것이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바로 내 것에 대한 가치를 알 때 가능하다는 진리를 또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뿐만이 아니다. 요즘 남아메리카의 중심국인 볼리비아의 원주민인 인구 200만 명의 ‘아이미라족’도 한글 익히기에 분주하다. 이들 또한 말은 있어도 문자가 없다.

우리와 언어학적 유사성을 가진 이 민족은 지난해 7월부터 한글 익히기를 시작했으며, 무엇보다 모랄레스 대통령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는 6500여 종의 언어가 있으나 절반에 가까운 약 3000여 민족에겐 언어를 표현할 문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한글로 이들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계승하게 함으로서 한글의 세계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오늘날 모두가 한류를 말하고 있지만 글로 변화시켜 가는 문화가 진정한 ‘참 한류’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에겐 자연의 이치를 본 따 만든 하늘이 준 글이 있다. 이 글로만이 세계를 공통된 문화로 창조해 갈 수 있음을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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