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보스턴 주재기자

미국의 공항 검색대를 거쳐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미국에 한번쯤 나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검색대에서 심기가 매우 불편하고 기분까지 나빠지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또한 해외에 자주 나가는 사람들은 이러한 검색대의 불편한 경험에 아예 포기자세로 순응하며 어차피 경험할 과정이니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나 좀 단축됐으면 하고 바랄 것이다. 아무리 우아하게 멋지게 차려입었다 하더라도 검색대 앞에선 모두 맨발이 된다.

미국은 9.11사태 이후로 테러의 위협과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외국으로부터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공항에서부터 철저한 조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공항 검색대에서부터 느껴지는 엄청난 긴장과 스트레스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거쳐야만 하는 일종의 필수 통과 테스트가 됐다. 미국에 무기와 위험이 될 만한 요소들을 반입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거의 벌거벗은 채로 손을 들고 검색대를 거쳐야 하는 모습이 마치 일종의 항복 자세를 보는 듯하다.

검색 과정을 살펴보면 남녀노소·장애인을 불문하고 우선 겉옷과 신발을 몽땅 벗어 자신이 안전한 사람임을 우선 증명하고, 위험이 될 만한 전자제품, 쇠로 만들어진 모든 도구 등도 다른 바구니에 따로 담아 검색 컴퓨터를 거쳐야 한다. 폭탄의 위험성을 생각해서 기내에 들고 들어가는 가방에는 물이나, 샴푸, 로션 등의 액체는 100㎖ 이상 반입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만일 이 안전수칙에서 1㎖라도 초과되기라도 한다면 자리에서 그 즉시 압수당하거나 버려야 함은 물론이다. 검색대에서는 핑계도, 봐주는 예도 없다.

이같이 철저하게 보이는 공항 검색대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문화적인 차이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인종의 도가니’로 잘 알려져 있는 다양한 문화의 미국이라 할지라도 공항 검색대에서만큼은 이 모든 것들은 그저 테러의 수단이 될 핑계로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무슬림의 여인들이 쓰는 니캅(Niqab)은 테러를 위한 무기나 장치를 숨길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제공하기 때문에 검색대에서는 이 베일을 벗도록 강요한다. 신분확인을 위해 여인의 얼굴 전체를 보여주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무슬림 문화의 여인에게 있어서는 매우 치욕스러운 일이다.

지난달 18일 북미의 한 신문에서도 이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또 다른 예는 방 안에서만 신발을 벗도록 교육받은 아시아인의 경우인데, 사실 동양문화도 요새는 그 문화가 많이 서구화됐지만, 아무리 그래도 동양인으로서 안방도 아닌 검색대 앞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검색을 당해야 하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유교적인 정신이 강한 노인층에게는 더욱 큰 충격이다.

이러한 보안검색에 아이들도 예외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지난달 13일 위니페그 프리 프레스(Winnipeg Free Press)의 ‘세계의 기막힌 사건들’ 섹션에는 뉴 올린즈 공항 검색과정에서 검색원이 한 아동의 신체 중 예민한 부분을 건드려 아이가 울게 되자 일이 크게 불거진 사건이 게재됐다. 한창 예민한 아이들에게 이 보안 검색대는 무서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아이의 부모는 캔터키주에 사는 미국인이었다.

장애인의 경우는 어떠한지 살펴보자.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공항 검색대에서 철저하게 무너진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건이 미국이 아닌 캐나다 공항 교통 안전국 검색대에서 벌어졌다는 점인데, 지난 1월 15일 CTV Calgary 뉴스에서 이 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한 유방암투병의 생존자 노인(82)이 검색대에서 경험한 심한 모욕감을 당하면서 공항 검색대의 부적절한 검색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크게 이슈화됐다.

이 노인은 암으로 인해 몸에 인공 금속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로 난생 처음 검색대에서 몸의 이곳저곳을 남의 손에 의해 만지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졌고,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은 노인은 그만 아이같이 울음을 터트려 결국 공항 교통안전국의 사과를 받게 된 사건이다.

이 같은 사례를 보면서 공항검색의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동시에, 어제 오늘의 일 또한 아닌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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