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맞춤형’ 전략 통했다.
농진청의 KOPIA 사업, 2년 만에 10개국으로 확대

▲ 2009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농민과 채소전문가를 우리나라에 초청해 한국의 채소 육묘기술에 대해 지도하는 모습 (농진청 제공)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최근 아프리카 대륙에 한국산 경운기와 비닐하우스가 등장하는 등 한국의 농업기술이 개발도상국(개도국)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나라의 녹색혁명을 배우려는 개도국의 높은 관심 속에 우리의 농업기술이 세계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청(농진청)이 지난 2009년부터 대륙별로 ‘해외농업기술지원센터(KOPIA)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 2009년 파라과이에서 시작된 KOPIA 사업은 2년 만에 케냐 미얀마 필리핀 캄보디아 브라질 등 10개국으로 확대됐다.

KOPIA는 일명 ‘현지 맞춤형 농업기술 개발 사업’이다. 개도국의 농업연구기관에 우리나라의 농업기술 전문가를 파견해 그 나라의 수준에 맞게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각종 인프라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2009년 파라과이에서는 스테비아(천연감미료 원료로 쓰이는 식물)를 대량 재배·생산하는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감자·양파 등 경제작물 재배기술을 전수 중이다.

정부는 5월 말까지 5개국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또한 15개 개도국의 KOPIA 센터에 대학생 등 청년농업 인재 120명을 연구보조원 등으로 파견할 방침이다.

◆현지 맞춤형 농업기술에 ‘호응’ 높아

▲ 2010년 12월 케냐 모아지방에서, 현지인이 한국형 탈곡기(자전거 페달식)를 사용하는 모습 (농진청 제공)

이렇듯 KOPIA 사업이 개도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현지 맞춤형 농업기술 개발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국제기술협력과 조경래 국가기관팀장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지금까지 개도국에 높은 수준의 농업기술과 농기계 등을 보급해왔지만 현지 상황과 맞지 않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 예로 케냐 농민들은 기름을 살만한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농기계를 지원한다 해도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KOPIA 사업은 사람의 힘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탈곡기나 못 줄 등을 현지 농가에 보급한다. 뿐만 아니라 현지에 적합한 종자를 개발해 보급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농업 생산성이 증가함하면서 호응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아프리카 케냐의 중소도시 무구가에서는 한국에서 모심기 기술과 탈곡기, 밭농사 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20%가 넘는 생산 증대 효과를 올려 현지 주민과 언론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케냐에서는 그동안 탈곡을 할 때 볏단을 나무둥치나 돌에 내리쳤는데 케냐 KOPIA 센터가 자전거를 동력으로 하는 탈곡기를 고안해 낸 것이 이러한 생산성 증대에 밑거름이 된 것이다.

현재 에티오피아와 가나 등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15개 나라도 협의체까지 구성해 한국 농업 배우기에 나섰다. 40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최빈국으로 꼽혔던 우리나라가 ‘녹색혁명’을 통해 식량을 자급하게 된 경험과 기술이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 농업, 이젠 글로벌 시장에 문 열어야

한국 농업이 국외에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결국 중·장기적으론 한국의 경제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농진청 국외농업기술팀 전희 연구관은 “개도국은 농업 부문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KOPIA 등의 사업을 통해 농업 생산성이 증가하면 현지 사람들의 삶도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결국 그들의 구매력을 높여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제품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관은 또 KOPIA 사업은 우리나라의 식량자원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곡물가 등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식량자원 확보는 각국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밀·콩·옥수수 등을 90% 가까이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곡물 유통망 장악에는 현재 한계가 있다는 게 전 연구관의 설명이다.

그는 “미개척 지역을 발굴하고 현지에서 식량자원을 생산·확보하는 것은 식량자원 거점기지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 연구관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농업은 방어적인 측면이 높았다”며 “이제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부문은 국외 진출을 모색하는 등 공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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