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국립 군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뒤 백악관으로 돌아와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위터를 통해 퇴원할 것을 알리며
백악관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국립 군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뒤 백악관으로 돌아와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위터를 통해 퇴원할 것을 알리며 "코로나를 두려워하지 말라. 코로나가 당신의 삶을 지배하게 두지 말라"라고 밝혔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더불어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면서 백악관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이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매커내니 대변인과 함께 일하는 대변인실 직원 2명도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백악관은 발병 범위와 출처 등 역학조사를 하는데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지적했다.

◆역학조사 없는 ‘슈퍼전파장’

NYT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은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식에 참석한 인원의 연락처를 추적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서는 최소한 8명의 참석자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진단을 받기 이틀 전 그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려는 노력을 제한했으며 접촉 추적에 있어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그 절차에서 제외시켰다.

접촉 추적은 모든 감염 조사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특히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슈퍼전파자’가 발생한 후 바이러스가 더 이상 퍼지는 것을 막는 열쇠다.

로즈가든 행사에서 빽빽이 들어찬 참석자들 중 누구라도 바이러스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감염 집단을 조사하고 원인을 찾아내지 않기로 한 백악관의 결정은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몇몇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보스턴시에서 역학 조사를 도운 조슈아 바로카스 보스턴대 공중보건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총체적 책임 회피”라며 “현 시점에서 접촉추적을 위해 CDC가 관여하지 않는 다는 것은 엄청난 공중보건 위협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전염병학자 겸 연락 추적 전문가인 이본 말도나도 박사는 “그 행사에 참석한 5~6명이 모두 감염됐다는 사실에 모든 것이 우연이었다고 반박할 수는 없다”며 “그 행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은 그 행사 전체를 추적하기 위해 연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추적 작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치의 대변인 역할을 해 온 숀 콘리와 그가 이끄는 30여명의 의사, 간호사, 내과 조수들로 구성된 의료진들이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고 증상이 나타나면 격리할 것을 조언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전 식약청장인 스콧 고틀립 박사는 지난 4일 CBS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로즈가든 행사에 참석한 여러 관계자와 통화했지만, 이들은 누구로부터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 어떻게 그런 환경에 노출됐는지 이해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주 일치한 노력이 진행 중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접촉 추적자들이 집중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 전 48시간 동안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TV토론을 참석했고, 미네소타에서 수천명이 모인 선거 유세에 나섰으며, 뉴욕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지지자들과 기부자들을 만났고 백악관에서 수십명의 보좌관들과 상의를 이어갔다. 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쉽게 잊힐 수 있는 백악관 내 요리사, 정원사, 경비원, 속기사, 청소원 등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바로카스 박사는 “백악관에서 일하는 사람은 400명뿐만 아니다”라며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가족이 있고 자녀들도 있다. 취약한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이유 하나로 광범위한 접촉 추적의 필요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험한 것 알지만… 트럼프 퇴원 강행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간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후 이날 저녁 퇴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치의인 숀 콘리는 앞으로 일주일간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퇴원 기준을 충족시켰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문제는 퇴원 전후 그의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한 지 1시간 만에 “우리는 돌아간다. 우리는 다시 일하러 간다. 리더로서 나는 그렇게 해야만 했다”며 “나는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해야만 했다”라는 발언이 담긴 선거 영상을 공개했다. 자신에게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백악관에 돌아왔다는 이 발언은 또 하나의 논쟁거리가 됐다.

또 영상에서 그는 “나는 이제 나아졌는데, 어쩌면 면역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가 당신의 삶을 지배하게 두지 말라. 밖으로 나가라. 조심하라”고 말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공중보건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조지워싱턴대 의대 조너선 라이너 교수는 CNN에 “수백만개의 바이러스 입자를 적극적으로 방출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 마스크 없이 엄청난 수의 직원들과 함께 그 건물로 걸어 들어간다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아무도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지 않은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환자 외에 그의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 내 700만명의 확진자 중 최고 의사들이 돌보는 전용 스위트룸에서 24시간 치료와 여러 실험 치료의 혜택을 본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밖에 없기 때문에 이 질병을 경시하는 듯한 그의 발언은 더욱 큰 비난을 받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 병으로 사망한 미국인들의 가족들과 회복됐지만 휴우증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잔인한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그것은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필요성 이면에 국가위기를 경시하고 잘못 관리한 것과 같은 종류의 부정과 태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노인들의 감염 전문가인 피츠버그대 의학 센터의 데이비드 네이스 박사는 “코로나19는 미국 국민들에게 완전한 위협”이라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대통령만큼 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노스웨스턴대 파인버그 의대의 사디야 칸 박사도 “비양심적인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밤 확진 판정을 받은 후 2000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코로나19로 사망했고 15만명의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다. 미 전역 22개주에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가을과 겨울에 더 큰 확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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