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 주유소의 모습. ⓒ천지일보DB
서울 용산구 한 주유소의 모습. ⓒ천지일보DB

유가 올랐지만 석유수요↓

정제마진의 계속된 부진

4분기도 개선 어려울 듯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국내 정유업계의 하반기 실적이 어두울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정유4사 하반기에도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업황의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S-oil) 등 정유 4사의 올해 3분기 실적은 적자를 벗어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올해 4월 22일 배럴당 최저 13.52달러까지 하락했던 두바이 원유 가격이 최근 30∼40달러대로 올라 재고 손익이 개선되면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흑자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이익 폭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안팎의 시각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유와 선박 연료 등으로 쓰이는 벙커C유 등의 소비량이 작년보다 크게 감소했고, 올해 여름 최장의 장마와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 특수까지 실종되면서 석유제품 판매가 예년 수준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유사 실적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정제마진(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것) 부진이 계속되며 좀처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3분기 내내 등락을 거듭해온 싱가포르 크랭킹 정제마진은 9월 말 기준 배럴당 0.5달러에 그쳤다. 정유사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정제마진이 배럴당 4달러는 돼야 하는데 원가에도 못미치는 셈이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 3분기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 영업이익은 1295억원이다. 상반기 2조원이 넘었던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난 것이지만, 전년 동기 3301억원과 비교하면 60.7% 감소한 수치다.

2분기에 1643억원의 적자를 냈던 에쓰오일은 3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에 정유4사 중 유일하게 132억원의 흑자를 냈던 현대오일뱅크나 항공유 판매 비중이 높은 GS칼텍스도 3분기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유사들이 처한 위기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극복하기 어렵다”며 “업황침체가 장기화되는 분위기가 걷히지 않고 있어 내년에도 경영상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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