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돼 올해 2월 이후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종교계에서 두드러진 태도는 ‘기득권 종교’인지 ‘이단‧사이비’에 대한 구분이다. 특히 교회발(發) 감염이 확산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기득권 교단 여부를 따지고, 이에 따라 선긋기를 했다. 특히 기성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교회에서 감염이 발생하면 서둘러 ‘이단‧사이비’라는 평가와 함께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마치 ‘이단‧사이비’라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것처럼 말이다. 바이러스가 종교를 차별한 것일까. 바이러스를 기회 삼아 사람이 종교를 평가한 것일까. 집요한 비난과 함께 사회적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이단’은 누가, 왜 규정하나. 천지일보는 한국교회 내에서 벌어지는 이단 규정의 생리를 짚어봤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단논쟁‧분열‧갈등 얼룩진 개신교

기득권 형성해 새 교단 좌지우지

이단 해제도 정치적 분위기 따라

 

교세 폭발 순복음, 이단 해제돼

한기총, 이단 규정‧해제로 분열

대형교단 총회장 말바꾸기 논란

특별사면 3일만에 취소 도마에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 개신교의 이단‧사이비 규정에 대해 결론부터 내리자면 정치적 의도에 따라 규정된다는 점이다. 개신교의 기득권에 이득인가 해인가에 따라, 혹은 그들의 심기를 거슬리지는 않았는지에 따라 그 축이 기운다.

먼저 한국 종교계 상황을 살펴보자. 한국종교는 주로 7대 종단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사실 종단은 너무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외주를 맡겨 조사한 ‘2018년 한국종교현황’ 보고서에 명시된 국내 종교 교단은 927개다. 연구원은 7대 종단에 맞춰 각 교단을 분류했지만 사실 이 분류에 담기가 애매한 종단도 많다. 1천개에 가까운 교단이 있음에도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진 교단은 극소수다. 한국사회가 다종교사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 한국 개신교, 시작부터 ‘이단 논쟁’

이 중 기독교 특히 개신교도 하나의 종파일 뿐이다. 그럼에도 개신교 교단은 총 374곳으로 조사됐다. 이는 분열을 거듭한 결과다. 조사결과에 포함되지 않은 교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개신교는 흔히 알고 있는 장로교, 감리교, 오순절, 성결교, 침례교, 구세군 등의 교단이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해방 직후 일본 천황 신사에 참배하지 않았던 고신파가 갈리고 60년대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 가입 찬성파와 반대파였던 예장(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과 예장합동으로 나뉘면서 교리적으로 이단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1980년대 5공화국 초기에는 친정부 성향을 가진 장로교단이 이단정화의 명목으로 신흥종단을 이단으로 정죄하면서 한국교계의 교권을 장악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교세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 예장통합과 예장합동은 서로를 이단으로 몰아세우면서 파벌 싸움을 벌여 교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했다. 이때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예장통합 측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국민일보 설립과 19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창립 당시 조용기 목사의 전폭적인 개입 등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교세가 급성장했다. 결국 1994년 예장통합 79회 총회는 순복음교회를 이단에서 해제했다.

교단들만 이단 정죄를 자행한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사의 이단 논쟁의 중심에는 ‘현대종교’ 발행인인 고(故) 탁명환 목사도 있다. 자칭 ‘이단감별사’ 역할을 해온 탁 목사는 1980년대 초 5공 시절 정부를 등에 업고 이단정화라는 명분을 들어 한국교회에 막강한 힘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탁 목사는 자신이 이단으로 지목한 교회의 신도에 의해 사망했다. 탁 목사에 이어 그의 아들인 탁지원 소장이 현대종교를 이끌고 있으며 이들이 작성한 ‘이단리스트’에는 수십 곳의 교단과 목회자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문제는 이단 규정에 대한 신뢰도라는 점이다. 이단을 규정하던 단체가 이단 도마에 오르기도 하고, 그 소속 목회자들이 이단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 이단논쟁으로 자멸의 문 연 ‘한기총’

2011년 12월 한기총은 10년간 한기총 이단대책위원으로 활동해온 빛과소금교회 최삼경 목사의 ‘이단성’을 확정했다. 한기총은 최 목사가 주장한 ‘삼신론’과 ‘월경잉태론’에 대해 “극히 심각한 이단이자 신성모독”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한국 개신교 내 내로라하는 이단전문가가 돌연 이단 규정을 받은 것으로 당시 파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더해 2013년 한기총은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 진용식 목사와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대표 신현욱 목사도 이단으로 규정하고 예장합동에 파직을 요청했다. 한기총 이대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진용식(안산 상록교회) 목사는 한기총이 이단으로 규정한 안식교 출신이었다. 그가 이단 검증 없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한국기독교이단사이비대책협의회 대표회장 김홍도 목사는 이듬해 이단감별사들의 무분별한 행태를 꼬집으며 “일개 목사가 잘못하면 그 교회를 망치지만 ‘이단 신학자’ 하나는 수백 수천 교회를 망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한기총 소속일 때는 잠잠하던 예장합동은 3년여가 지난 2014년 12월에서야 한기총을 탈퇴하면서 최 목사에 대해 ‘이단성이 없다’고 결론짓고 공표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단 규정과 해제에 교계 ‘눈치보기’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2년 한기총은 이단 해제 문제로 분열을 겪었다. 한국 개신교가 이단이라고 지목한 다락방 류광수 목사와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목사에 대해 이단 해제를 했기 때문이다. 또 회원교단으로 영입하면서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분열했다. 한기총에 대한 비난이 컸고, 한기총은 최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며 역공격을 했다. 한기총의 최 목사 공격에 근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최 목사와 A이단연구가에 대한 이단 조작 공모설의 원인이 된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신학생들과 여러 교단을 통해 여론몰이를 한 후 언론에 부정적인 내용을 유포해 보도하게 함으로써 한 교단을 이단으로 만들 수 있다고 모의하는 내용이 담겨 충격을 줬다.

2013년 진행된 기독언론 포럼에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 강춘오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현재 한국교회는 이단 문제를 직업으로 삼는 직업적 이단감별사들에 의해 무분별한 이단 시비가 횡행하고, 또 교계 연합기관 간에 정치적 이단시비까지 뒤섞여 교계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면서 “온통 이단천지가 됐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 교단 정치적 ‘이단해제 쇼’에 비웃음 사기도

그런가 하면 2016년엔 한국교회 장자교단이라 불리는 예장통합이 특별사면을 선포한 지 10일 만에 철회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사기성 사면’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눈물까지 흘리며 특사를 반겼던 교회들은 일순간 농락을 당했다.

발단은 같은 해 9월 예장통합 특사위가 김기동(서울성락교회), 이명범(레마선교회), 변승우(큰믿음교회), 故 박윤식(평강제일교회)씨 등 4명을 특사 대상으로 확정짓고, 특사를 선포한 것이다. 특사 대상이 된 교회들은 눈물을 흘리며 결정을 반겼다. 한국 개신교에서의 이단 규정은 마치 사형선고와 같아서, 그간의 차별로 입지를 세우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단들의 반발이 컸다. 채영남 총회장은 교단 내부와 신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 사면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들고 나선 측은 한기총으로부터 최악의 이단으로 지목을 받았던 최삼경 목사였는데, 특사 반대 측은 ‘사면 취소’ 및 ‘총회장 사퇴’ 발언과 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맹공을 퍼부었다. 거기에 한교연이 비난에 나서고, 타 교단 신학자들까지 반대 성명에 가세함에 따라 한국교회 전체 문제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결국 채 총회장은 여론에 떠밀려 신학적 근거 없이 사면 철회를 발표했다.

한국교회의 이단 규정과 해제‧사면이 기준도 없이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이뤄지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일각에서는 한국 개신교의 이단 규정은 믿을만한 게 못된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단에 대한 국어사전적인 의미는 ‘자기가 믿는 이외의 도(道)’ ‘전통이나 권위에 반항하는 주장이나 이론’ ‘전통이나 권위, 세속적인 상식에 반항하여 자기 개성을 강하게 주장하여 고립되어 있는 사람’ ‘종교 일반 자기가 믿는 종교의 교리에 어긋나는 이론이나 행동. 또는 그런 종교’를 가리킨다. 여기에서 보듯 기준은 ‘자기’다. 평가의 기준이 상대적이라는 뜻이다.

결국 자기 기준으로 ‘다름’을 ‘틀림’으로 오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렇기에 신앙 기준이 되는 성경의 가르침에 오히려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 초림 당시 교법사 가말리엘의 교훈은 큰 여운을 준다.

“너희가 이 사람들에게 대하여 어떻게 하려는 것을 조심하라. … 중략 … 이 사람들을 상관 말고 버려두라 이 사상과 이 소행이 사람에게로서 났으면 무너질 것이요. 만일 하나님께로서 났으면 너희가 저희를 무너뜨릴 수 없겠고 도리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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