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강원 홍천군 북방면에서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예방적 살처분을 한 축산농가가 한우를 농장앞에 매몰후 지하수에서 악취가 난다며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출처: 연합뉴스)

살처분 인근 주민 불안에 물 사 먹는 불편 ‘감수’
정부, 매번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주민 분통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법곳동 소재 돼지 매몰지 부근. 가축의 사체를 묻은 곳으로부터 2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부추농사를 짓고 있는 안문승(65) 씨는 깊은 시름에 빠졌다.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흘러 지하수가 오염되면 생활·농업 용수로 쓰고 있는 물로 인해 피해를 볼까 염려돼서다. 안 씨는 “살처분 당시에도 땅을 얕게 파고 동물을 산채로 묻어 불안한데 그나마 해 놓은 보강공사마저도 부실해 오는 우기에 지하수가 오염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안 씨의 부추 재배 농장 바로 앞에는 가로 5m 폭의 농업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하천에서 두세 발짝 건너에는 지난 12월 매몰한 구제역 매립지 2동이 들어서 있었다.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에서 매립지에 비닐하우슬 덮어 보강공사를 해 놓긴 했지만, 배수로를 설치하지 않아 인근 하천으로 토사가 유실되거나 빗물이 매몰지로 스며들어 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커 보였다.

보강 공사가 부실한 것도 문제지만 시가 상수도 설치를 자꾸 미루는 것에 안 씨는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상수도 설치 대상지로 선정되기 전까지 매일 식수를 사다가 먹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며 “얼마 전부터 시에서 먹는 물(아리수)을 공급해주고 있지만 생활하기엔 넉넉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 씨는 “시에서 다른 지역부터 설치를 해주느라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곧 여름이 오면 물을 더 많이 써야 할 텐데 언제까지 불안한 마음으로 지하수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상수도 설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영송리의 양돈농가씨도 마찬가지. 농장주 오석균(50) 씨는 “집이 매몰지와 가까워 불안한 마음에 지하수를 쓰지 못하고 정수기 물을 먹고 있다”며 “이마저도 안심이 안 돼 정수기로 거른 물을 끓여서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 1월 19일 구제역에 걸린 돼지를 2700마리를 농장 안 1500㎡에 매몰했다. 매몰지와 오 씨의 집과 거리는 100m도 채 되지 않았다.

오 씨는 “지난 3월에 시에서 수질검사를 실시해 음용수로 적합하다고 판정이 났다. 하지만 아내가 지하수에서 냄새가 난다고 말해 물을 걸러 먹고 있다”고 전했다.

오 씨처럼 포천시에 상수도 설치가 필요한 곳은 80여 곳. 하지만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단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 상수도 설치가 필요한 곳도 늘고 있지만 착공은 오는 6월에라야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9일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상수도 확충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면서 “지난 15일 상수도 설치 2차 대상지 지역 답사를 완료해 추가 계획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정부가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가운데 용역 업체 선정부터 설비·공사까지 기간이 또 소요될 전망이어서 지하수 미설치로 인한 주민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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