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스빌=AP/뉴시스] 7월27일(현지시간) 뉴욕 하퍼스빌에서 임상실험 참여자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투여받고 있다.
[하퍼스빌=AP/뉴시스] 7월27일(현지시간) 뉴욕 하퍼스빌에서 임상실험 참여자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투여받고 있다.

3상 임상시험 결과는 연말에

대선 승리 위한 조기승인 우려

“백신 효과·안전성 입증 돼야”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미 전역 주(州) 정부에 대통령 선거 전인 10월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준비를 하라고 통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어느 정도 검증된 백신을 빨리 유통시켜야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충돌되는 양상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은 지난달 27일 주지사들에게 “이르면 10월 말 또는 11월 초 백신을 의료진과 고위험군의 사람들에게 배포할 준비를 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서한을 보냈다.

CDC는 또한 백신을 언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정을 포함한 세 가지 계획 문서를 일부 보건당국에 보냈다. 이 문서들 중 하나는 10월 말에 백신을 사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요약했다. 또 다른 문서에는 11월 초까지는 제한된 코로나19 백신 투여가 가능할 것이며, 2021년에는 공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또 이 문서들은 보건 공무원이 백신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준비 절차에 돌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 백신은 보건의료 종사자, 국가안보요원, 요양원 거주자와 직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우선적으로 제공될 것이라고 CDC는 문서에 밝혔다.

스티브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이번 주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이 혜택이 위험보다 클 경우 임상시험이 완료되기 전 백신을 승인하는 게 적합할 수 있다”며 “FDA는 가능한 한 빨리 코로나19 백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연방 승인 절차를 완전히 생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신 투여 준비는 공감하지만…”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주 정부가 백신 유통을 위한 주사기 등을 확인하고 누가 먼저 백신을 접종할지, 어떻게 투여할 것인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1월 1일 이전에 하는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적절한 자료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선 2건의 백신 후보를 두고 3만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시험 결과는 연말에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FDA 백신 자문위원 소속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면역 전문가인 폴 오핏 박사는 “(백신 투여) 준비를 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얻기 전 3상 임상시험의 시도를 중단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베일러 의과대학 피터 호테즈 교수는 백신이 효과가 있고 안전한지 여부를 알기 전에 FDA가 긴급사용 허가를 내줄지 여부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미네소타대 감염병 전문가인 마이클 오스터홀름 교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백신이 돌진하는 ‘10월 서프라이즈’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스터홀름 교수는 “공공위생계에서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원한다. 이는 누구나 원하는 것”이라며 “데이터는 분명해야 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유행 기간 백신이 얼마나 엄격하게 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사와 FDA 사이에 ‘신뢰도 차이’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백신 개발 속도전’을 견제해 온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백신 이용 가능 시점이 예상보다 몇 주 앞당겨질 수 있다고 밝혔는데, 다만 임상시험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을 경우를 조건으로 달았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목표치에 맞는다”며 “오는 11월, 12월쯤에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한을 받은 일부 주 정부 관리들은 신중하게 다음 작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CDC로부터의 자세한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네소타주 전염병 담당 국장인 크리스 에레스만은 AP통신에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건 약국 위원회는 CDC와 계약을 맺은 제약사 맥케슨에 백신 신청하는 것은 신속히 처리하겠지만, 공중보건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요구 사항은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톰 울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주 정부 관리들은 아직 그들에게 무엇이 요구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며, 먼저는 3상 임상시험의 면제로 인한 잠재적인 이익이나 함정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인 빌 리 테네시 주지사의 대변인은 테네시주가 다음 단계를 검토 중이라며 이번 백신 소식은 고무적이고 미국 혁신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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