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부검 사인 불명확…자살·타살 흔적 없어
"밥 한공기로 세끼 버텨야 가능한 몸매"…전문가 의견도 갈려

(서울=연합뉴스) 20일 경찰은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이틀 전 숨진 채 발견된 모델 김유리(22·여)씨의 사인을 밝히고자 시신을 부검했다.

부검결과 김씨의 시신에 외상은 없었고 내부 장기의 손상도 없었다. 약물 중독 증상도 찾을 수 없었다. 부검의가 측정한 김씨의 키와 몸무게는 177㎝에 47㎏.

거식증으로 숨졌을 것이라는 추측과는 달리 사망 전 음식을 섭취한 흔적이 남아 있었고 김씨의 친척과 지인 등 주변인물도 김씨가 평소 거식증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을 담당한 의사도 1차 부검결과로는 사인을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직 검사 등 면밀한 검사를 해야 사인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델업계와 의료계 관계자들은 김씨의 키와 체중으로 볼 때 김씨의 건강에 이상이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모델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모델 중에서도 상당히 마른 편이었다.

A모델협회 관계자는 "여성 모델의 평균 키와 체중은 170㎝에 47~50㎏ 정도"라며 "177㎝에 47㎏면 모델 중에서도 굉장히 마른 몸매에 속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모델은 굉장히 말라야 옷을 입었을 때 흔히 말하는 `태'가 나기 때문에 무조건 마르고 보려 한다. 이 정도 몸매를 유지하려면 거의 세 끼를 밥 한공기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BMI(Body Mass Index·체질량지수) 수치는 15에 불과했다. 정상인의 BMI 수치는 18.5에서 23사이다. 전문의들은 김씨가 겉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아도 건강에 무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대 한성림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BMI가 15밖에 안 되는 것을 보니 모델임을 고려하더라도 정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음식을 적게 먹었거나 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체중이 이렇게 적게 나가면 심장에 무리가 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강희철 교수는 "잘 관리하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는데 무리하면 다른 사람보다 쉽게 지칠 수 있고 저혈당 증세가 올 수 있다. 또 먹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다 보니 정신적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고려대 보건대학원 윤석준 교수는 "BMI 17 이하인 상태가 지속되면 몸에 무리가 간다는 논문이 많이 발표됐다. 그러나 몸이 너무 말라서 사망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평상시 생활습관을 알아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7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로 데뷔하고 나서 전문 모델로 활동해 왔으며 18일 오후 6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원룸에서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숨진채 발견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