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호 소설가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은 그녀에게 의사가 한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몸속의 장기가 모두 살짝 익었대나 어쨌다나!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그녀는 굴지의 종합병원을 세 곳이나 더 찾았지만 진단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열에 의한 내장 파손으로 현재로서는 달리 치료방법이 없단다. 그러니까 그녀는 시한부 생명이란 뜻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선고가 아닐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죽음의 진단을 받아들이지 않으려야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녀를 진찰한 모든 전문의들의 소견이 한결같이 일치했으므로.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하늘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결국 그녀는 시시각각 두려움과 절망감에 빠져들었고,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병색이 짙어져갔다.
# 그녀는 기찬 몸매를 가진 모델이었다. 메이저 의류업체의 올 여름 수영복 광고에 출연하게 된 그녀는 ‘잘 그을린’ 비키니 차림을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는 에이전시의 요구에 따라 지난봄 급히 선탠을 해야 했다.

뷰티 살롱을 찾은 그녀는, 그러나 한 가게에서 1시간밖에 선탠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하루 1시간을 초과 이용하면 혹시 건강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인공선탠기기의 사용시간 경고 때문이었다.

‘안전 이용 시간은 1시간입니다. 임상실험을 해본 결과 3시간까지 초과를 해도 건강에는 아무 이상 증상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만, 만일의 사태를 위하여 소비자 여러분께서는 안전 이용 시간을 엄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경고문은 정확히 이렇게 씌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이에 만족할 수 없었던 그녀는 여러 가게를 돌며 하루 5시간씩 이틀을 연달아 선탠을 했다. 잘 그을린 몸을 만들기 위해서.

그녀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결국 이런 무리가 원인이지 싶었다. 안전 기준을 다섯 배나 초과하여 내리 이틀간이나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이나 임상 전문가들은 선탠 사용시간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나 염려 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설사 하루에 5시간 이상 선탠을 한다고 한들 피부에 이상을 초래할망정 내장이 익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확고한 견해였다.

그렇다면 그녀의 치명적 내상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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