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12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알렉시스 뒤퐁 고등학교 유세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12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알렉시스 뒤퐁 고등학교 유세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최초 여성·흑인 부통령 후보

“트럼프, 美 누더기로 만들어”

트럼프 “해리스 대실패 될 것”

다음주부터 10주간 선거운동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12일(현지시간) 공개석상에 처음으로 등장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첨예한 대결을 예고했다.

이날 회견은 전날 부통령 후보 결정 소식을 밝힌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직접 해리스 의원을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해 열렸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회견은 델라웨어주 월밍턴의 텅 빈 고교 체육관에서 진행됐다. 대유행으로 전통적인 선거운동 구도는 불가능해졌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00년 만에 가장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와 싸울 수 없다는 비난을 강조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줬다.

해리스 의원은 “이 바이러스는 거의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미국을 더 심하게 강타한 데는 이유가 있다”며 “트럼프가 처음부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그 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뽑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며 트럼프 정부가 전 세계에서 미국의 평판을 ‘누더기’로 남겼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회견 초반 해리스 의원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차기 부통령으로 나와 함께할 적임자를 뽑았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는 첫날부터 이 일을 할 준비가 됐다. 우리 둘 다 이 나라를 재건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 의원이 러닝메이트로 발표된 직후부터 이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그(해리스 의원)는 대실패가 될 것으로 본다”며 “그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TV)토론을 기대하고 있다. 케인 상원의원을 완패시킨 것보다 더 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해리스 의원을 향해 “바이든에게 그렇게 모욕적인 사람이 없었다. 바이든에 대해 끔찍한 말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부통령 후보가 돼 바이든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얘기한다”고 비난했다. 작년 6월 민주당 대선경선 TV토론에서 해리스 의원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맹공, 초반 레이스의 스타로 발돋움했던 일을 계속 거론하는 것이다.

◆해리스 의원은 누구?

해리스 의원은 인도인 어머니와 자메이카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의 자녀다. 해리스 의원은 하워드 대학 졸업 이후 캘리포니아대에서 법학 학위를 땄으며 알라메다 카운티 지방 검사실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여성으로는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와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을 지냈으며 2016년에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여성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해리스 의원은 작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지만 지지도가 약해 올해 초 열린 첫 민주당 경선 전에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한 후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했다.

◆“안전하지만 정체성 불분명”

해리스 의원 자체에 대한 관심도는 확실히 높지만, 이와는 별개로 바이든 전 부통령의 득표전에 미칠 영향을 놓고는 평가가 분분하다.

전날 CNN방송은 바이든 후보가 해리스 의원를 선택한 데 대해 “놀랍지 않은, 안전한 선택”이라 평가했다. ▲2020년에 전국무대에 올라 검증을 받은 바 있으며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과 상원의원으로 정부 경험이 있고 ▲55세로 젊은 세대의 지도자를 대표 ▲주요 정당에서 국가직에 등장한 최초의 흑인 및 남아시아 여성으로 역사적 인물 ▲민주당 기부자들이 몰린 캘리포니아 출신 ▲인종차별 항의 시위 이후 인종과 경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거침없는 목소리로 등장했다는 요인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런 안전한 선택을 한 데 대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러나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출마했다가 저조한 지지율로 작년 12월 중도 포기할 정도로 별다른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 흑인 지지율만 보더라도 그동안 해리스 의원보다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훨씬 더 높았다는 점에서 해리스의 흑인표 추가 견인력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정책 노선 면에서도 분명한 중도파인 바이든과 달리 해리스 의원은 중도와 진보 사이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 의문이 있다고 이날 정치매체 더힐은 지적했다.

어쨌든 이번 해리스 의원의 러닝메이트 발표 자체는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바이든 캠페인은 해리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발표한 후 24시간 동안 2600만 달러의 후원금이 모였으며, 처음으로 15만명이 기부했다고 밝혔다.

해리스 의원은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확정된다. 이 자리에서는 바이든 후보도 트럼프 대통령에 도전할 공식 후보로 지명된다. 또 오는 10월 7일에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펜스 부통령과 토론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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