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과 14일, 우리 국민들에겐 하루 간격으로 문화대국 또는 문화강국의 국민으로 기쁨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묘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먼저 기쁜 것은 조선왕실의궤 중 1866년 프랑스 군에 의해 강제 약탈됐던 297권 가운데 우선 유일본 8권을 포함한 75권이 오동나무상자에 보관되어 1차로 지난 14일 김포공항을 통해 들어와 국립중앙박물관 서책용 수장고에 입고됐다.

‘조선왕실의궤’라 함은 조선왕실의 의전과 주요행사가 있을 시 훗날 참고하기 위해 남기는 일종의 기록문서다.

이번에 프랑스로부터 환수된 조선왕실의궤는 5년 임대형식으로 반환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반환으로 봐도 된다는 정부 측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반환되는 조선왕실의궤는 지금으로부터 1866년 병인양요(丙寅洋擾) 즉, 고종 3년 병인박해라고 하는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으로 인해 외교적 보호를 구실로 조선의 문호를 개방시키고자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에 침범해 소요(騷擾)를 일으킨 사건이라 하여 명명되었다.

이때 소위 강화도 정족산성 전투에서 조선군에 의해 대패한 프랑스군은 퇴각하면서 바로 이 외규장각(일종의 왕실도서관으로 1781년 정조가 강화도가 안전한 곳이라 해 설치한 왕실 관계서적 1000여 권을 보관해 둔 곳) 도서인 조선왕실의궤를 약탈하고 또 일부는 불태웠다.

이 병인양요 후 세기와 반세기가 다 지나 약탈당했던 우리의 고유 문화재인 조선왕실의궤가 고국 땅을 밟게 된 것이다. 우리에겐 기록문화유산이며, 사료를 통해 선조들의 의식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정신문화유산이다.

특히 이 외규장각 의궤는 임금에게 직접 보고되는 어람용(御覽用)이라는 점에서 한지의 질과 서체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일본과 반환 합의된 궁내청 소재 조선왕실의궤보다, 나아가 국내 규장각 의궤보다도 훨씬 그 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민족유산인 것이다.

이처럼 우수한 문화재가 145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충심 어린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먼저는 재불 역사학자 박병선(83) 여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1978년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근무할 시 창고에 방치된 조선왕실의궤를 최초로 발견해,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 조선왕실의궤임을 확인했으며, 그 존재 사실을 국내에 알리고, 온 몸을 바쳐 고유문화재인 의궤 연구와 297권 모두를 번역해 낸 역사학자다.

이로 인해 프랑스박물관 측으로부터 쫓겨나기도 하고, 근래는 두 번의 암수술을 겪으면서도 문화재에 대한 헌신적 사랑과 노력의 결과로 오늘의 ‘조선왕실의궤 환수’라는 잔칫날이 가능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 같은 박 박사의 노력은 많은 민간의 노력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과의 고문서 반환 약속으로 이어지기까지 했으나,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민단의 환수노력의 결실로 지난 2010년 G20정상회의를 통해 한․불 정상 간의 대여방식이란 틀 속에서 극적인 반환약속으로 이루어졌으며, 1991년 정부차원의 공식 반환요청이 있은 지 20년 만에 이뤄지는 민․관의 공동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이번에 4차에 걸쳐 반환되는 조선왕실의궤는 세계적으로도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이미 2007년 유네스코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다만 환수된 문화재라고는 하나 ‘국보지정’ 등 풀어야 할 숙제 또한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음으로 안타까운 사실은 조선왕실의궤 환수의 기쁨이 있기 전날, 한국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알려야 할 입장에 있는 특급신라호텔에서 있어진 ‘한복착용 출입금지’ 사건이다. 한복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고, 나아가 냄새난다는 이유로 한식까지 금해왔다는 소식은 국민들을 실로 화나게 했다. 한쪽에선 민족고유문화와 문화재 환수를 위해 삶을 걸고 일해 온 분들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선 민족고유의 문화를 부끄러워 천대하는 양면의 한국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외국에서도 한국의 한복과 한식은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요즘 정작 유수기업에서 보인 한심한 행태는 참으로 국민들을 슬프게 하기에 충분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재는 민족의 고유정신이다. 이 문화재가 환수된다는 사실은 곧 우리의 잃었던 정신이 되돌아온다는 사실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선각자 김구 선생의 어록을 한 번 더 들어보자.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하지,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길 원하질 않는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도래하는 시대는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가 강국이 됨을 역설적으로 표현했으며, 그 나라가 바로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강산 이 민족임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