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후보 "천안함 폭침 아직도 의문 제기하나"
최문순 후보 "삼척 원전유치 입장 또 번복하나"

(춘천=연합뉴스) "삼척 원전유치 찬성에서 반대로 입장을 바꾸셨는데 또다시 뒤바뀌는 것은 아닙니까"(최문순 후보) "아직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에 의구심을 제기하십니까"(엄기영 후보)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의 공식 후보등록 이후 열린 첫 TV 토론회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 양측의 날 선 공방으로 초반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14일 오후 GTB 강원민방에서 GTB와 강원도민일보 공동주최로 열린 TV토론회에서 양 후보는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특히 양 후보는 공식 후보등록을 마치고 본격 선거전 막이 오른 이후 열린 첫 TV토론회라는 점을 의식해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고자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상대 후보를 맹공하는 난타전 양상을 보였다.

양 후보의 난타전은 이날 토론회 사회자로 나선 강원대 사회학과 김원동 교수의 개별질문으로부터 시작됐다.

언론사 사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민주당으로부터 출마 제의를 받았으나 결국 한나라당으로 입당한 이유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엄기영 후보는 "배신자, 변절자, 기회주의자 등 별 얘기를 다 들었는데 그것은 모두 민주당의 주장"이라며 "강원도민의 이익을 위해 강력한 힘을 가진 한나라당을 선택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최문순 후보는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 모두가 군 복무한 햇수만 따져도 70년이 넘는다. 그 문제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이 만든 일종의 색깔론"이라고 일축한 뒤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천안함 관련 국회 특별위원회에서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엄 후보가 "천안함 관련 정부의 발표를 지속적으로 부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재공격하자 최 후보는 "천안함 폭침사건의 입증책임은 정부에 있고 진실이 명백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당시 문제 제기한 정부 발표의 일부 오류는 국방백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고 대응했다.

엄 후보의 공격을 '색깔론'으로 되받아친 최 후보는 삼척 원전유치 찬반 논란에 대해 "당초 원전유치에 찬성했다가 입장을 바꿨는데 또다시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아니냐"며 "도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문제를 표 때문에 좌.우회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역공을 폈다.

이에 엄 후보는 "주민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원전유치는 안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선을 그은 뒤 "당초에는 지역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삼척 주민의 열망에 찬성을 했으나 일본 원전 이후 강원도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 원전유치 중단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전직 도 지사들의 엇갈린 행보에 대한 양측의 날선 공방도 이어졌다.

먼저 최 후보는 "김진선 전 지사는 2018평창 동계올림픽 특임대사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할 때에 4.27 보궐선거의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고 묻고 "반면 이광재 전 지사는 알펜시아 문제 해결을 위해 아직도 발로 뛰고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엄 후보는 "최 후보가 이 전 지사를 여러번 거론하고 이 전 지사의 재판을 정치탄압이라고 하는 데 과연 110억여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이번 보궐선거가 왜 치러지는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고 되받아쳤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난타전 속에서도 상대 후보 공약의 허점을 찌르는 정책 대결도 펼쳐졌다.

최 후보는 "엄 후보의 공약 기조가 '힘있는 여당'인데 오히려 현 정부 들어 강원도민이 염원했던 원주 첨단복합단지 유치, 고성 국회연수원 등 굵직한 사업을 모두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이에 엄 후보는 "그 점에 대해서는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지난 6.2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이 도민에게 매서운 질타를 받았다"며 "도지사로 당선되면 정부와 한나라당에 강력히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엄 후보가 "예산을 절감하는 방법으로 연간 5천억원의 재정을 확충하겠다는 최 후보의 재정정책은 도민에게 꿈과 비전을 주기에 너무 약하지 않은가"라고 묻자 최 후보는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최 후보는 엄 후보의 TV토론회 불참 논란과 관련해 "한나라당 중앙당이 하지 말라고 해서 토론회를 연기했다고 하는데 맞느냐"며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엄 후보는 "후보등록 후 토론회를 하겠다는 입장이었을 뿐 중앙당 운운하는 얘기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최 후보는 삼척 원전유치 논란과 관련, 앞서 원전이 들어선 지역의 인구 감소와 일자리 창출 효과 미흡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도표로 제시하는 등 준비된 모습을 보여 호평을 받았다.

엄 후보는 TV토론회 자리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강원도내 생명산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깜짝 발표하는 등 힘 있고 능력 있는 도지사 후보임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한편, 이날 첫 TV토론회는 GTB 강원민방을 통해 14일 오후 11시15분부터 다음날 0시45분까지 90분간 방영된다. 이후 TV토론회는 18일(강원일보, KBS춘천방송총국), 20일(강원일보, 춘천CBS, GBN.YBN.강릉헬로비전영동방송 등 도내 3개 케이블TV3사), 23일(춘천MBC)에 이어 25일(선관위 주관)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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