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서남표 총장이 카이스트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제공: KAIST)

정신분석 전문가, 장래적 위험군 대상으로 예방교육 ‘시급’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올해 들어서만 카이스트(KAIST)에서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로 인해 카이스트 자살 사태가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정신분석 전문가들은 자살을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진단하고 제2의 자살자가 나올 수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심리자문연구소 박병관 소장은 “인재들은 실패 경험이 적어 어려움을 다루는 데 취약한 경향이 있다”며 “이런 부류의 사람일수록 실패를 확대 해석하거나 주변 사람의 높은 기대감에 위축돼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어 자살을 택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자살한 카이스트 교수 사건을 예로 들면서 2200만 원 상당의 연구비를 횡령하고 심적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이를 미루어 볼 때) 우리 사회에 우수 인재 집단인 대학 교수나 고위층에게도 자살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제2의 자살자 발생을 우려했다.

하지만 이번 카이스트 자살 여파를 우수 집단에게만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잠재적 자살 위험군인 현대인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마음울타리심리치료연구소 신원일 소장은 “카이스트 학생들 뿐 아니라 요즘 세대에게는 자기애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러한 자기애가 깨지면서 나타나게 되는 현상이 우울증 또는 자살”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 소장은 “현대 사회는 소자녀관, 개인주의 확산으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잘 나타나고 있어 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자살 발생 고위험군을 진단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대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이어졌다. 먼저 가장 심리적 충격이 컸을 KAIST 내부에서 자가 진단이 이뤄지고 사회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김대현 위원장(서울대학교 강남센터 심리학 교수)는 “카이스트 내에 사람들은 혈연적 관계는 아니지만 한 공동체에 묶여 있어 가족과 같은 심리를 있기 때문에 그들이 받은 충격은 마치 자살자 유가족이 받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정신 분석에서도 자살자 유가족은 특히 자살 시도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심리적인 가족으로 느끼고 있는 KAIST 집단을 상대로 자가진단·자살 예방 프로그램 시행 등으로 안전망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병관 소장은 “소속 기관 내에 심리 치료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익명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위기관리를 해주는 전문 치료사를 투입하거나 외부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자살은 자신이 무가치한 상태가 됐다고 느낄 때 오는 혼란과 같으므로 인문・철학적 소양을 넓히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해방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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