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미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 청문회에 출석한 미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9일(현지시간) 미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 청문회에 출석한 미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하원 빅4 불러 독점 문제 지적

“코로나19 이후 독점력 강해져”

정치 개입 추궁 “보수만 검열”

송곳·돌발 공세 찾기 어려워

[천지일보=이솜 기자] “그들은 너무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수장들이 총출동한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나온 데이비드 시실리니 반(反)독점소위원장의 발언이다.

미국 의원들은 29일(현지시간) 열린 미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 온라인 청문회를 열고 이들 IT 공룡 기업들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처음으로 IT 빅4 최고경영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한편으로는 의원들의 엉뚱한 발언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실망감이 더해지기도 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팀 쿡 애플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CEO는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질의를 받았다.

거대 기술 기업에 대한 불만은 다양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는 그들이 경쟁 기업들을 잠재우고 그들의 서비스에 의존하는 국민과 기업에 과한 비용을 부과하는 데 지배적인 위치를 사용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시실리니 소위원장은 이들 빅4 기업들이 각자의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경쟁 심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미 거인이었던 IT 빅4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커졌다”며 “이로 인해 새로운 경쟁과 창조,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의원들은 구글을 집중공격했다. 시실리니 소위원장은 구글이 ‘옐프’의 리뷰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옐프가 이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자, 구글은 옐프를 검색 목록에서 삭제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추궁했는데, 피차이 구글 CEO는 이에 대해 즉답을 피하며 “우리는 최고의 기준에 따라 행동한다”며 콘텐츠 절도 의혹을 부인했다.

저커버그 CEO에게는 2012년 인스타그램 인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제리 네이들러 하원의원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경쟁적 위협을 없애기 위해 사들였다고 폭로한 내부 문서를 언급하며 시장 경쟁을 제한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이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의 인프라와 보안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인수의 정당성을 내세웠다.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어머니가 17살 때 자신을 낳았고, 아버지는 쿠마 이민자임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꺼내며 모두발언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켄 벅 공화당 의원은 아마존이 스타트업 기업인 ‘보컬라이프’의 기술을 사용해 자사 제품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아마존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게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또한 아마존이 제3자의 판매자 개인 정보를 판매했는지를 캐물었고, 베이조스는 이를 부인했다.

행크 존슨 민주당 하원의원은 존슨 쿡 애플 CEO에게 앱스토어 검토 과정 기준이 앱 개발자들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우려를 표했다.

IT 빅4의 독점적 지위를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짐 센센브레너 공화당 의원은 “크다는 게 그 자체로 나쁘지는 않다”면서 “오히려 성공한 경우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왼쪽부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출처: 뉴시스)
왼쪽부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출처: 뉴시스)

이들 기업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추궁도 이어졌다. 공화당 의원들은 기업들이 보수의 목소리를 억제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으려고 한다고 비난하면서 반독점주의에서 반보수 편향 의혹으로 청문회를 유도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레고리 스튜비 공화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은 선거운동을 위해 보낸 이메일이 스팸 메일로 분류됐다는 불평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의 발 데밍스 의원은 “같은 불평을 들어봤다”고 반박했으며, 메리 게이 스캘런 의원은 IT 빅4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의혹은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 아마존 등 IT 기업들이 보수적 견해를 검열하고 있다고 강하게 공격하고 있다. 베이조스 CEO가 소유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조의 기사가 대부분이다.

시실리니 소위원장은 청문회 후 “증인들로부터 들은 내용은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수집한 증거들을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소위원회는 1년 넘게 기업들의 독점 상황을 조사하면서 130만건의 문서를 수집하고 수백시간의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소문난 잔치’에 정작 먹을 게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치 편향 의혹에 심취한 일부 의원들의 공세로 본래 취지인 독점 문제에 대해서는 돌발 질문이나 날카로운 공세를 찾기 힘든데다가 IT 전문가들을 데려다 놓고 진행한 화상 청문회임에도 화면, 오디오 등 기술 문제가 생겨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CEO들은 사전에 준비된 원고를 읽는 데 그쳤다. 의원들은 어느 순간 “마스크를 착용하라”며 서로에게 고함을 치기도 했다.

센센브레너 의원은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이 가짜뉴스 동영상을 올렸다가 차단을 당했다며 페이스북에서 보수 세력이 ‘검열 받는 이유’를 물었지만, 저커버그는 “트럼프 주니어의 계정을 제한한 것은 ‘트위터’다”라고 답하며 창피를 당하기도 했다.

또한 의회 청문회에 처음으로 출석한 베이조스 CEO는 청문회가 시작하고 한 시간이 넘게 아무런 질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심문을 피해 간식으로 보이는 것을 손에 넣다가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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