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두 항공사의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1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두 항공사의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1

제주·이스타항공 입장차 커 M&A 무산될 듯

이스타 파산 가능성… ‘대량 실직’ 우려까지

아시아나도 인수 무산 가능성… 현산 ‘침묵’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항공업계의 인수 합병(M&A)이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결국 ‘노딜(인수 무산)’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의 계약 해제 조건을 충족했다며 최종 ‘노딜’ 선언만 남겨놨고, 아시아나항공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침묵으로 지키며 서서히 발을 빼는 분위기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의 M&A 계약을 파기하는 쪽으로 사실상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15일 밤 12시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SPA)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이내에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이스타항공은 미지급금 1700억원 중 3월 이후 발생한 미지급금(800억∼1000억원)을 해소하기 위해 리스사와 조업사, 정유사 등에 비용 탕감을 요청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제주항공은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면서도 정부의 중재 노력 등을 고려해서 인수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나중에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이스타항공 측은 선행조건을 이행했으며, 제주 항공이 추가 요청한 미지급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인수합병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되면 자력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이스타항공은 결국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이럴 경우 지난 6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한 이스타항공 근로자 1600여명은 무더기로 실직자가 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게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인수계약 종결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 (출처: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게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인수계약 종결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 (출처: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전망도 어둡다. HDC현산이 지난달 9일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밝힌 이후 채권단과 추가 협상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일 러시아를 끝으로 인수 선결 조건인 해외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지만 현산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 상승에 의문을 제기하며 여전히 선결 조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호산업이 현산 측에 인수를 촉구하는 내용 증명을 보내기도 했지만 현산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구주 매각 대금 3200억원으로 그룹 재건에 나서려던 금호산업 측도 난감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현산이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면 에어부산 등 계열사와의 분리 매각이나 채권단 관리 등의 다른 전략으로 우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코로나19로 업황이 어려운 만큼 당장 아시아나항공의 재매각을 추진하기보다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몸집을 줄인 뒤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내놓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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