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2017.11.09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2017.11.09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반도가 무력 충돌의 전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명한 국제안보 석학인 그레이엄 앨리슨(80)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지난 1일(현지시간)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미중 간 ‘투키디데스 함정’의 한가운데에 있다”면서 “충돌의 도화선은 제3국 동맹에서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남북 대화 및 협력을 촉구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앨리슨 교수의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인류 역사상 16번의 기존 패권국과 신흥국 간 경쟁·갈등 가운데 12번이 전쟁으로 귀결됐다는 걸 말한다.

최근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것에 대해 “중국은 홍콩이 더 자율적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야기한 혼란을 이용했다”며 “이 모든 것은 더 큰 차원에서 벌어지는 투키디데스 함정의 징후다. 신흥국인 중국은 모든 측면에서 최고 서열이란 위치에 익숙한 패권국 미국을 대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에 중국은 홍콩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이라며 “미국은 홍콩이 중국의 일부분이며 중국의 조치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반박하지 못한다. 홍콩 문제는 미중 경쟁에서 벌어지는 작은 막간극이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대선 이후 미중 관계에 대해선 그는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생존과 미국에 대한 그의 비전을 보장받기 위해 재선에 전력하고 있고,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은 미국 민주주의의 생존이라고 여기는 걸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선거운동 기간 가열된 중국에 대한 레토릭은 미중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의 본능을 감안하면 그래도 트럼프 정부보다는 새로운 전략적 근거를 개발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군사적 충돌 우려와 관련해 앨리슨 교수는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실제 일어난다면 미친 것처럼 보일 것”이라며 “전쟁 가능성은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정된 전쟁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사태가 악화할 것을 예상해야 한다”며 “미국은 점점 더 부상하는 중국을 악마화하고 있고 중국은 ‘차이나 드림’을 보장받기 위해 반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앨리슨 교수는 이 경쟁관계에서 전쟁의 주요 위험 요인은 패권국이나 신흥국이 원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차 한국전 발병과 관련해 그는 “한국은 미중 간 투키디데스 함정의 한가운데에 있다. 미중 충돌의 도화선은 미국이나 중국 군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대신 제3국 동맹에서 나올 수 있는데, 북한이 2010년 천안함을 침몰시켰을 때 그런 시나리오에 가까이 갔다가 벼랑 끝에서야 겨우 물러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앨리슨 교수는 “하지만 현재는 새로운 촉진제와 환경을 갖고 있어 그렇게 쉽게 전쟁을 피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미중 긴장이 고조될 때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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