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메일 "유혈진압 4개월 전에도 무기팔아"

(서울=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정권이 민주화 시위대 수백명을 학살하기 불과 4개월 전에도 리비아를 비롯한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독재자들에게 무기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하원의 무기수출통제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정권에 영국 정부가 무기를 판매했다는 내용의 '더러운 비밀'을 폭로했다.

보고서는 카다피가 민주화 시위대에 대한 진압을 친위부대에 명령하기 이전에 영국 정부가 저격용 소총과 실탄, 최루가스와 군중 통제용 무기들의 수출을 승인했다고 밝히고 영국 정부들은 이렇게 팔린 무기가 해당국에서 내부 억압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잇따라 오판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보고서는 카다피측이 반군 진압에 영국제 무기를 사용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리비아에서는 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이 시작된 이래 1천여명이 사망했다.

영국 산업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영국은 2009년 이후 21개월간 16개국에 대해 총 23억파운드 규모의 무기수출을 승인했다. 리비아에 대한 무기수출 허가액만 6천130만파운드에 달했다.

집권 왕정이 최근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26명이 사망하고 1천여명이 부상한 바레인에도 600만달러의 무기 수출을 허가했다. 이밖에 사우디 아라비아에 17억파운드, 이집트에 2천40만파운드, 알제리에 2억7천600만파운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5천280만달러 등이다.

위원회는 '아랍의 봄'이 시작된 이래 영국 연립정부가 이들 지역에 대한 총 156건의 무기수출 허가를 취소하는데 주력했지만, 고든 브라운 전 총리에 이어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에 이르기까지 독재정권에 무기를 판매한 것은 인권보호라는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현 정부 모두 북아프리카.중동에 대한 무기 판매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며 무기수출 확대 정책과 인권보호 사이의 이해상충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를 해명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무기거래반대운동(CAAT)의 올리버 스프레이그 국장은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이며 권력남용적인 정권과의 무기거래에 관한 더러운 비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중동.북아프리카에 대한 과거의 무기판매 결정은 분명 잘못됐다"며 정부가 이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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